데이미언 셔젤(35) 감독은 2010년대 미국 할리우드의 샛별이다. 30세에 만든 첫 영화 ‘위플래쉬‘(2015)로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조연상과 편집상 등 3개상을 받았다. 두 번째 영화 ‘라라랜드’(2016)로는 역대 최연소 감독상 등 6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챙겼다.
흥행 성적도 빼어났다. ‘위플래쉬’의 전 세계 극장 매출은 3,896만달러로 제작비(330만달러)의 11.8배였다. ‘라라랜드’는 2,000만달러를 들여 4억4,414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세 번째 영화 ‘퍼스트맨’(2018)은 성과가 미미했으나 완성도와 흥행성을 두루 갖췄다는 셔젤 감독에 대한 평을 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셔젤 감독의 첫 드라마 ‘디 에디’가 지난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8부작 가운데 1,2회를 연출했고 제작도 겸했다.
‘디 에디’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를 합쳤다. 고등학교 시절 재즈 드러머를 꿈꿨던 셔젤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위플래쉬’에다 녹였다.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와 배우 지망생 미아(에마 스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라라랜드’에는 프랑스 뮤지컬 영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디 에디’는 그래서 프랑스, 그리고 재즈 이야기다.
드라마 배경은 프랑스 파리의 퇴락한 어느 동네 재즈클럽 디 에디. 파리가 제 아무리 낭만도시라 해도 비주류 장르인 재즈를 하는 이들은 안팎으로 버겁다. “짜증나고 콧대 높은”데, “셀린 디온의 음악”은 하지 않아서다. 미국 유명재즈 피아니스트인 클럽 사장 엘리엇(안드레 홀랜드)과 연인 마야(요안나 쿨릭) 등을 중심으로 파리 주변부 인생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감정이 요동칠 때면 현란한 트럼펫 연주가, 고뇌와 슬픔에 젖어들 때엔 단조 보컬이 화면 위를 떠돈다. 재즈에 파묻혀 살며 사랑하고 꿈을 꾸는 이들의 모습은 ‘위플래쉬’ ‘라라랜드’와 겹친다. .
연출 또한 지극히 재즈스럽다. 콧대 높게도 대중 눈높이보다 재즈 애호가를 겨냥한 어법을 이어간다. 살인사건이 터지고 폭력조직이 등장해도 영화의 진행 속도는 대체로 아다지오다. ‘위플래쉬’의 광기, ‘라라랜드’의 달콤함도 없다. 묻어나는 건 셔젤 감독의 재즈에 대한 애착, 그리고 파리에 대한 향수다. 셔젤 감독은 프랑스인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랐다.
재즈 애호가라면 그런 감독의 발걸음에 서서히 젖어 들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드라마다. ‘디 에디’는 대중성과 무관하게 셔젤 감독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전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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