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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반토막 난 시장 매출… ‘공짜’ 배달 앱 덕에 버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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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반토막 난 시장 매출… ‘공짜’ 배달 앱 덕에 버텼죠”

입력
2020.05.12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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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 전통시장 가보니 

 스타트업 개발 앱 ‘놀장’ 이용 

 수수료 없이 전통시장 물건 배달 

 두 달 만에 주문 3,500건 돌파 

 서울ㆍ경기 시장 100개로 늘 예정 

전통시장 실시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놀장(놀러와요 시장)'의 직원 유성요씨가 7일 경기 광명시 광명전통시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상인으로부터 전달받으며 확인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전통시장 실시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놀장(놀러와요 시장)'의 직원 유성요씨가 7일 경기 광명시 광명전통시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상인으로부터 전달받으며 확인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사장님, 좀 전에 주문 들어온 무 하나 준비되셨죠?”

지난 7일 오전 11시, 경기도 광명시 광명전통시장. 대형카트를 끌고 시장골목에 나타난 유성요(27)씨의 목소리에선 활기가 넘쳤다. 야채가게에 먼저 들른 그는 점포 주인인 황성자(69)씨로부터 주문번호 스티커(F226)가 부착된 무 한 봉지를 건네 받고 이내 다른 가게로 향했다. 그렇게 시장 돌기를 30분. 그의 카트엔 김말이에서부터 양념용 소불고기와 수제 햄버거, 들기름, 꼬치어묵, 깻잎 등을 포함한 35가지의 식료품이 금세 쌓였다. 유씨는 전통시장 배달 응용 소프트웨어(앱)인 ‘놀장(놀러와요 시장)’을 개발한 신생(스타트업)기업 위주의 직원으로 이 곳에선 제법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전통시장에는 20~30년 이상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품질 상품을 파는 상점이 많고 숨겨진 맛집도 상당하다”며 “이런 가게들이 놀장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전통시장의 도우미로 나선 무료 배달 앱이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다가오면서다.

주인공은 지난 3월 중순 광명시장에서 선보인 ‘놀장’이다. 고객이 놀장 앱으로 주문하면 위주 직원들이 30분마다 시장을 돌면서 제품을 수거해 오토바이나 경차로 배달해 준다. 배달 가능 지역은 시장 반경 2㎞ 이내로 주문 후 두 시간 이내 배달된다.

전통시장 물건이 고객에게 배달되는 과정. 먼저 놀장 직원이 물품마다 부여된 코드번호를 통해 고객 주문과 같은 상품인지 확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카드에 담긴 물건이 다 담겼는지 체크, 포장센터에서 분류 포장, 경차에 실어 배달.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전통시장 물건이 고객에게 배달되는 과정. 먼저 놀장 직원이 물품마다 부여된 코드번호를 통해 고객 주문과 같은 상품인지 확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카드에 담긴 물건이 다 담겼는지 체크, 포장센터에서 분류 포장, 경차에 실어 배달.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놀장의 가장 큰 특징은 ‘공짜’다. 다른 배달 앱과 달리 중개나 광고수수료가 ‘제로(0)’다. 상인들이 수수료 걱정에 허리 휠 일이 없단 얘기다. 주문 고객에게 배달료(3,000원)를 받는데, 주문 가격이 3만원 이상이면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할 수 있고 최소주문가격도 없다. 배달 가능 시간은 평일(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다. 놀장을 출시한 위주의 임주성 대표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이 즐비한 전통시장에 온라인 배달 체계만 만들면 대형마트, 오픈마켓과 얼마든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고 회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전통시장 내 배달 앱은 놀장이 처음이다.

상인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광명시장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신옥균(59)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매출이 반으로 꺾였는데 놀장 덕에 버텼다”며 “놀장을 통한 매출도 점점 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반찬가게 주인인 조복례(48)씨는 “배달 앱을 하고 싶어도 마음만 앞설 뿐 실행할 엄두를 못 냈는데 놀장이 등장했다”며 반가워했다. 처음에 광명시장 370여개 점포 중 약 40개가 놀장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120개로 늘었다. 이항기 광명시장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옆 가게가 배달로 수익을 올리는 걸 본 상인들이 앞다퉈 놀장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장에 대한 입소문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실제 서비스 시작 이후 두 달 여 만에 주문 건수는 3,500건, 판매 상품은 3만개를 돌파했다. 가입 고객은 약 6만명인데 최근 하루 500~6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위주에 따르면 주문자 대부분이 30~40대다. 고령층 이용자가 많은 전통시장에 젊은 고객을 새로 끌어들였단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놀장의 영역도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지난 달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과 강북구 수유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놀장은 내달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경기 부천시 시장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하반기엔 서울과 경기 지역내 100여개 전통시장이 동참할 전망이다.

놀장의 배달 노동자 처우 또한 나쁘지 않다. 광명·신창·수유시장에서 일하는 직원 16명은 모두 위주 정규직으로 4대 보험에 가입됐고 근무 형태는 주 5일이다. 지방자지단체와 연계해 채용한 청년 직원들로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일조했다.

취지는 좋지만 소액의 배달료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30분 단위 시장 주문 일괄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인 배달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연령이나 지역별 선호도 등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새 수익 모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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