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남용 연루 헌법재판관ㆍ대법관 중 첫 증인출석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진술 확연히 엇갈려…
심 전 원장 “이종석 당시 수석부장과 배당 논의했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출석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지휘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는 법원행정처의 요청에 따라 통진당 재판의 배당에 개입한 사실을 시인한 당시 법원장의 진술과 정면 배치돼 향후 재판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는 11일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로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재판에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된 현직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중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건 이 재판관이 처음이다.
심 전 원장은 2015년 서울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때 통진당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사건을 법원행정처 요청에 따라 특정 재판부에 배당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재판관은 당시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했으며 배당 관련 실무를 담당했다.
이 재판관은 이날 법정에서 심 전 원장 등과 엇갈린 진술을 하며 대체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5년 12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법원장실에 찾아와 통진당 사건을 김광태 부장판사에게 배당해달라는 취지로 얘기했고, 다음날 수석부장이 법원장실로 찾아와 통진당 사건 배당 얘기를 먼저 꺼내며 ‘저도 이미 요청 받아서 알고 있다’는 식으로 다소 걱정스럽게 얘기하다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대화를 마무리했다는 심 전 원장의 검찰 진술 내용도 부인했다.
이 재판관은 사건배당을 위해 수석부장에게 결재를 올리는 법원행정과장의 검찰 진술도 부인했다. 2015년 12월3일 통진당 사건(배당)과 관련해 수석부장에게 대면보고 하자 ‘통진당 사건은 중요사건이라 예외적인 배당방식으로 할지 원장님과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는 요지의 행정과장 검찰 진술에 이 재판관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무작위 전산배당 하지만, 예규에 따라 일부 사건은 법원장이 재정합의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재판부에 배당할 수 있다.
이날 신문에서는 2018년 11월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뒤 이 재판관과 심 전 원장이 나눈 통화내용도 공개됐다. 심 전 원장은 그 해 11월15일 오후 8시40분쯤 이 재판관에게 전화를 걸어 “통진당 사건의 배당이 잘못돼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말했고, 이 재판관은 “내가 수석으로 있는 동안 원칙에 어긋나게 배당한 적이 없고, 배당에 대해 지시 받거나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적도 없다. 걱정 말라”고 답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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