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통해 폐지 요구 “지금 아니면 유야무야 넘어갈 것”
“알고도 모른척했던 과거의 제가 부끄럽습니다.”
자신을 29세 남성 동성애자라고 소개한 A씨는 이른바 ‘찜방’의 존재를 모른 척 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찜방 폐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을 통해서다.
찜방은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알려진 곳이다. 찜방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안양ㆍ양평 확진자가 4일부터 5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블랙수면방’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찜방은 흔히 수면실, 찜질방 등으로 둔갑해 있다고 한다.
A씨는 “흔히 찜방이라는 곳은 불특정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일회성 만남을 하는 곳으로 운영돼왔다”며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수많은 비난이 있었으나 그 정도일 뿐 안타깝게도 자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대다수의 동성애자가 불매해도 업주가 비위생적인 환경을 방치해 운영비가 절감되고, 최소한의 영업이 가능할 정도의 수요와 공급이 있었다”며 “찜방은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밝혀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운영’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 뒤에 숨어 철저히 음지에서 운영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게 곧 악순환이 돼 일회용품 재활용처럼 굉장히 비위생적인 환경, 그리고 방역과 위생의 사각지대로 거듭났다”고 덧붙였다.
A씨는 찜방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 동안 모른 척 해 온 자신을 반성했다. 그는 “그런 곳에 가지 않고 나만 정직하게 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국민들까지 고통 받는 걸 보고 제 생각이 짧았구나 싶었다”며 “내부에서 쉬쉬하다 곪다 못해 터진 거라 생각한다. 알고도 모른척했던 과거의 제가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와 국가, 더 나아가 국민까지 피로도가 극에 달하는 시기인걸 알기에 너무나 조심스럽다”면서도 “지금처럼 공론화가 될 때가 아니면 또 유야무야 넘어갈 듯해 죄송함을 무릅쓰고 청원을 올린다. 부디 ‘찜방’을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클럽과 찜방 등 폐쇄된 공간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할 우려가 나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면서 이태원 클럽 및 ‘블랙수면방’에 출입한 이들의 대면접촉 금지 행정명령도 발령했다. 대인 접촉금지 명령은 업소에 마지막으로 출입한 다음날부터 최대 2주 동안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확인될 때까지 내려진다.
한편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수는 14명이 추가로 확인돼 현재까지 86명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서울 51명, 경기 21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이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후 확진된 경우가 63명이고 가족, 지인, 동료 등 2차 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23건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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