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프로야구 삼성의 안방엔 지각변동이 일었다. 2010년대 ‘삼성 왕조’를 경험한 주전 포수 이지영(34)이 밀려나고, 4년 총액 92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롯데 출신 포수 강민호(35)가 그 자리를 꿰찼다. 이듬해 트레이드로 이지영이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되며, 결국 굴러온 돌에 박힌 돌은 자리까지 옮겨야 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푸른 피’를 수혈한 강민호와 ‘푸른 피’가 흐르는 이지영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이지영은 이적 후 키움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빛을 밝혔고, 강민호는 삼성에서 암흑기를 보냈다.
올해도 출발부터 둘의 희비는 갈렸다. 지난 겨울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에 FA 계약을 마친 이지영은 개막 6연전에서 지난 시즌처럼 박동원(30)과 마스크를 번갈아 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지영은 6경기 중 세 차례 안방마님으로 선발 출전해 모두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뿐만 아니라 방망이도 타율 0.364(11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돋보였다. 8일 고척 한화전에서 좌완 영건 이승호의 6.2이닝 2실점 호투를 도왔고, 8회엔 2루 도루를 시도한 정진호를 잡아 1군 등판이 통산 2번째인 구원 투수 김재웅에게 개인 첫 홀드를 안겼다. 10일 경기에선 적시에 2루타와 3루타 1개씩을 가동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5승1패(2위) 팀 평균자책점 3.23(2위)로 개막 첫 주를 보낸 손혁 키움 감독은 “삼성 시절 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이지영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며 신뢰했다.
반면 강민호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개막 전 허삼영 삼성 감독은 “비시즌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준비했다. 연말 시상식 때 자주 단상에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민호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다.
삼성 이적 후 첫해 129경기 타율 0.269 장타율 0.457 출루율 0.331, 2019년 112경기 타율 0.234 장타율 0.405 출루율 0.315로 하향세를 그린 강민호는 이번 시즌 팀이 치른 5경기에서 더욱 바닥을 쳤다. NC와 개막 3연전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가 9일 KIA전에서 멀티히트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하지만 이튿날 경기에서 다시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현재 타율은 0.143(14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가을 야구’를 위해 야심 차게 영입한 강민호의 부진 속에 삼성은 올 시즌도 2승4패(6위)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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