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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모르는 겨울 철새에… “모내기 피해” 농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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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모르는 겨울 철새에… “모내기 피해” 농민들 한숨

입력
2020.05.11 16:00
수정
2020.05.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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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포획단 운영 등 ‘고민’

겨울 철새 흰뺨검둥오리 등 텃새화

에코센터 “안정적 서식지 확대 필요”

농가들 총기류 사용 절차도 간소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철새들이 논둑에 알까지 낳고 있다고 합니다.”

1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농산과 한 관계자는 지역 농민들이 논에서 본 철새들 알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마다 2~3월이면 시베리아 등지로 떠나야 할 철새들이 떠나지 않고 번식 활동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의 생태계 모니터링에서도 낙동강 하구를 찾는 겨울 철새인 흰뺨검둥오리는 텃새화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청둥오리, 청머리오리, 물닭 등의 일부가 낙동강 하구에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관계자는 “떠나지 못한 새끼나 노쇠한 철새, 또는 먹이 활동에 적응한 일부 철새가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철새가 머무르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모내기 철 농가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르면 5월부터 모내기를 하는데 모내기를 갓 끝낸 논에 새들이 먹이를 잡으러 돌아 다니면서 모가 뽑히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모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뽑히는 바람에 논에 둥둥 떠다니고, 농민은 다시 모를 심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수년 전부터 구청에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강서구에는 논농사를 짓는 가구가 1,777가구, 재배면적은 2,266㏊ 가량이다.

상황이 이렇자 강서구는 야생 조류에 의한 농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농가에서 야생 조류 피해를 접수하면 곧바로 5명으로 구성된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출동시킨다. 방지단은 공포탄으로 새를 쫓는데 화약 냄새가 남아있는 당분간은 새가 찾아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기를 가지고 있는 농가들이 총기류를 사용할 수 있는 절차도 올해부터 간소화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가 피해가 확인됐을 경우에만 총기류를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5월 초부터 미리 총기를 반출해 자력으로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외에도 강서구는 농민들의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권장하고, 보험료의 80%를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논 주변에 공항에서 사용하는 폭음기, 반사 거울, 모빌 설치 등을 농민들과 협의하고 농업진흥청 등에 자문을 구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측은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새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인공 서식지를 비롯해 먹이가 풍부한 먹이 터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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