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가 ‘스카이 캐슬’과 닮은 듯 다른 이야기로 사랑 받고 있다. 20%대 시청률 고공행진에 성공한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의 공통점과 차별점은 무엇일까.
JTBC 드라마국은 매년 한 편 이상의 히트작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종영된 ‘스카이(SKY) 캐슬’이 20%대 시청률의 벽을 뚫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부부의 세계'가 이를 뛰어넘은 24.3%의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스카이 캐슬’과 ‘부부의 세계’는 역대급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성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와 설정에 있어서도 특별한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주된 갈등에 있어서 만큼은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여러 사건과 그로 인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그린 ‘스카이 캐슬’의 마지막은 어색한 해피엔딩으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과연 종영까지 2회를 앞둔 '부부의 세계'의 결말과 평가는 ‘스카이 캐슬’과 다를까. JTBC 간판 드라마로 우뚝 선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이 어떻게 닮아 있고, 어느 면이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 불륜, 학구열, 그리고 스릴러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의 가장 닮은 점은 여배우의 활약으로 찾아볼 수 있다. ‘부부의 세계’의 모든 이야기는 지선우(김희애)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있고, '스카이 캐슬'은 한서진(염정아)을 비롯한 학부모들과 김주영(김서형)의 갈등으로 각각의 스토리가 이어졌다. 김희애, 염정아와 김서형은 각각의 작품을 선두에서 진두지휘하기에 충분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섬세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주인공의 아픔과 욕망을 모두 납득시킨 것은 물론, 상대역들과 합을 맞출 때도 중심을 지키며 안정감을 선사했다.
여성 원톱 캐릭터들이 각각 불륜과 학구열이라는 메인 키워드를 이끄는 가운데 중후반부에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은 누군가가 사망하는 사건을 통해 스릴러의 분위기를 풍기며 복합 장르의 성격을 보여줬다. ‘스카이 캐슬’ 14회 말미에 김혜나(김보라)가, ‘부부의 세계’ 10회 말미에는 박인규(이학주)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후 줄거리는 범인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김혜나는 김주영의 사주를 받은 경비원에 의해 타살됐고, 박인규 죽음의 배후는 여병규(이경영)로 짐작만 될 뿐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스릴러 분위기는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에 또 한번 묵직한 긴장감을 더해줬다. 두 작품이 각각 불륜과 학구열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시청자들이 저절로 주인공의 감정선에 이입하도록 만들어왔다면, 추락사와 범인 찾기로 이어진 중후반부의 스토리텔링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을 연출해 극의 몰입도를 더욱 고조시켰다.
▶ ‘엄마’의 갈등
다른 점은 자녀들의 역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부의 세계’ 지선우와 ‘스카이 캐슬’ 한서진을 움직이게 하는 인물은 이준영(전진서)과 강예서(김혜윤)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성장한 이준영은 지선우를 위하면서도 일부러 모질게 대했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강예서는 한서진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엄마 편에서 행동해왔다. 이준영에게는 부모의 이혼이 큰 상처고, 강예서는 입시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차이점도 있다. 자녀의 말 한 마디에 따라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지선우와 한서진의 선택이 달랐던 것도 이런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 속 갈등을 펼치는 인물들의 관계성도 다르다. ‘부부의 세계’는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부부로는 연을 끊은 지선우와 이태오도 부모로서는 연락을 이어갔다. 반면 ‘스카이 캐슬’ 한서진은 김주영 김혜나 이수임(이태란) 등 외부 인물들과 계속 갈등해오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려 했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두 작품 모두 한국 작품에서 보지 못한 스타일의 드라마였던 만큼, ‘부부의 세계’가 ‘스카이 캐슬’의 흥행 요소를 따라했다고 보긴 어렵다. 스토리 상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이 모두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가능성을 넓힌 것 같다”고 말했다.
주된 갈등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 캐슬’의 결말도 다를 수 있다. ‘스카이 캐슬’ 종영 당시 예상과 달리 갑작스러운 해피엔딩을 두고 몇몇 시청자들은 허탈감을 표하기도 했다. 과연 ‘부부의 세계’는 이런 지적을 피하고 결말까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원작인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의 결말이 ‘사이다’나 해피엔딩은 아니라고 알려진 상황에서 ‘부부의 세계’ 지선우의 마지막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결말까지 ‘스카이 캐슬’과 비교하는 재미가 예고된 ‘부부의 세계’는 오는 16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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