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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검찰 인사 개입’에 日 유명인사들 항의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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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검찰 인사 개입’에 日 유명인사들 항의 동참

입력
2020.05.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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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으로 입맛 맞는 검사 정년 연장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여당 심의 강행

야당 “불 난 집서 도둑질 하는 셈” 비판

연예ㆍ법조인 이틀간 항의 트윗 470만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바쁜 와중에 검찰청법 개정안 심의를 밀어붙이면서 이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가 검찰 인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지난 9~10일 동안 ‘검찰청법 개정에 항의한다’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470만건에 달했다. 야당에서도 “불 난 집이 어수선한 틈을 타 도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베 내각의 행보를 정면 비판했다.

친정권 검사장의 정년 연장이 발단

이번 논란은 1월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각의(국무회의)에서 정년 퇴임을 눈 앞에 둔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연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결정이 없었다면 구로카와 검사장은 검사의 정년을 만 63세로 정한 검찰청법에 따라 올 2월에 정년 퇴직할 예정이었다. 당시 야당은 “정권과 가까운 구로카와 검사장을 차기 검찰총장에 앉히기 위한 의도”라고 반발했다.

아베 내각이 구로카와 검사장 정년 연장의 근거로 국가공무원법상 정년 규정 해석을 거론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 정부는 그간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정년 연장은 검찰에는 적용하지 않다고 해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내각은 법 개정도 없이 해석을 입맛에 맞도록 뒤집어버렸다.

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일본 정부는 3월 국가공무원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과 검사의 정년도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함께 마련해 제출했다. 뒤늦게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는 근거 마련에 나선 셈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의 골자는 63세가 되면 차장검사ㆍ고검장ㆍ지검장 등의 간부가 물러나는 ‘직무 정년’을 도입하되, 정부가 “공무 운영에 현저한 지장이 생긴다”고 인정한 경우 최대 3년간 근무가 연장되는 특례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정년 연장 여부가 사실상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與 심의 강행에 법조인ㆍ유명인사 항의 동참

야당은 법안 심의 과정에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장관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자민당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우파인 일본유신회 3당 만으로 8일부터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심의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일부 변호사단체 등 변호사 1,600명 이상은 지난달 22일 “정부가 항시적으로 검찰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과 같다”며 온라인 상에 반대 의견 성명을 발표했다. 가이도 유이치(海渡雄一) 일본변호사연합회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검찰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자”, “코로나 위기에 휩쓸려 이런 법안을 심의, 성립시키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배우 이우라 아라타(井浦新), 연출가 미야모토 아몬(宮本亞門), 가수 미즈노 요시키(水野良樹) 등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이 항의 트윗에 동참하고 나섰다. 미야모토는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법안을 억지로 결정하는 것은 일본에 있어서 비극”이라고 했고, 이우라는 “이 나라를 부수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미즈노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의 문제 이전에 근본적인 규칙을 흔드는 움직임이라 느낀다”고 썼다.

야당 “위기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 비판

여론의 반향으로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는 대체로 찬성한다”면서도 “정부ㆍ여당이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검찰청법 개정안을 끼워 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탈법적”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청법 개정이 검찰청 간부를 내각이 (인사를 통해)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에게 “자신에게 이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을 우선시하고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의 취지와 목적이 고령의 공무원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히고,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와 목적도 이와 같다”고 반박했다. 또 법안 심의에 대해선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왜 지금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정부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정년은 권력 분립에 관한 문제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과)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책 심의와 뒤섞여 법안 성립을 서두르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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