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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갓갓부터 조주빈ㆍ강훈까지 잡았다?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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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갓갓부터 조주빈ㆍ강훈까지 잡았다?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0.05.11 12:25
수정
2020.05.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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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부따에 이어 개설자 ‘갓갓’까지 체포

조주빈의 공범 ‘사마귀’, 유료회원 등 수사 남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이른바 N번방 사건 피의자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이른바 N번방 사건 피의자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성년자를 포함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인물 ‘갓갓’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1일 닉네임 갓갓으로 알려진 n번방 운영자 A(24)씨에 대해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A씨를 갓갓으로 특정해 9일 소환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 A씨가 자신이 갓갓이라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갓갓 등 ‘n번방’ 사건 관계자들 관련 수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3월 출범 이래 4일 기준 420명을 단속해 68명을 구속했다. 11일 기준 ‘n번방’과 유사 단체대화방 공범 중에서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피의자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공범으로 지목한 ‘사마귀’ 정도다.

◇n번방 승계 운영자 ‘켈리’ 신모씨와 모방 범죄

3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시민들이 ‘n번방’ 관련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시민들이 ‘n번방’ 관련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먼저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닉네임 ‘켈리’로 불린 신모(32)씨다.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넘겨 받아 성 착취물을 재판매하며 2,500만원 가까운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9월 구속돼 징역 1년이 확정됐다. 당시 신씨는 1심 형량을 낮추기 위해 항소를 제기했다가 형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커지자 항소를 취하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신씨는 9월 만기 출소 예정이지만, 앞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다른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n번방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한 ‘와치맨’ 전모(38)씨는 현재 구속 상태다. 공중화장실에서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검거된 그는 이 촬영물을 인터넷 등을 통해 게시하고 불법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고담방’도 운영했으며 n번방의 링크를 게시하는 등 홍보활동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n번방을 모방한 이른바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이들도 붙잡혔다. ‘로리대장태범’ 배모(19)군과 ‘슬픈고양이’ 류모(20)씨 등 5명이다. 배군 일당은 모두 5명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이들은 n번방 개설자 갓갓이 잠적한 후 제2의 n번방을 만드는 등 ‘프로젝트 N’이라는 범행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이들에 대해 검찰은 1일 범죄 사실과 죄명을 추가하는 등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피고인 측도 변경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지난 1월 n번방 사건과 관련한 각종 청원이 등장하면서 n번방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n번방 운영자 및 유료회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부터 국제 공조 수사를 하라는 청원 등 n번방 사건과 관련된 청원 중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동의한 이들은 3월 24일 기준 560만명이 넘었다.

◇‘박사’ 조주빈과 ‘부따’ 강훈, ‘이기야’ 이원호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를 받는 운영자 조주빈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를 받는 운영자 조주빈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다.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

경찰이 3월 24일 ‘박사방’ 조주빈(24)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이유다. 조씨는 n번방 사건 관계자 중 처음으로 신상이 공개된 인물이다. 그는 n번방 중 하나인 박사방을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유인해 성 착취물을 만들도록 협박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가 박사방을 혼자 운영한 건 아니다. 그가 지목한 공범은 ‘부따’, ‘사마귀’, ‘이기야’ 등이다. 이중 부따 강훈(18)과 ‘이기야’ 이원호(19)는 경찰에 붙잡혀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강군은 미성년자, 이씨는 현역 육군 일병이었다.

강군은 조씨를 도와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조주빈의 공범으로서 박사방 참여자를 모집하고,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6일 미성년자임에도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3월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3월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군 검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던 이씨 역시 지난달 28일 신상이 공개됐다. 육군은 “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신상 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그는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로 박사방 참여자를 모집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하는 데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육군이 지난달 28일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린 육군 이원호 일병. 육군 제공
육군이 지난달 28일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린 육군 이원호 일병. 육군 제공

◇중학생부터 공무원, 승려 등 관계자들까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공익요원 최모씨가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공익요원 최모씨가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n번방 사건 가해자 중에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도 있다. ‘태평양’으로 알려진 이모(16)군은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태평양원정대’라는 대화방에서 성 착취물을 유포하고 박사방 운영진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방 운영으로 조씨가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가상화폐에서 현금으로 환전해 준 인물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조씨에게 가상화폐 수익을 환전해준 박모(22)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박사방 등 n번방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 중에는 공무원 등 다양한 이들이 포함됐다. 전직 거제시 공무원 천모(29)씨는 2018년부터 1년 가까이 성 착취물을 촬영하거나 성매매를 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 중에는 박사방 운영자 조씨에게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회복무요원도 있다. 강모(24)씨는 수원 영통구청에서 근무하던 당시 구청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 여성과 그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조회해 조씨에게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n번방과 박사방에서 유포된 성 착취물을 유포한 30대 종교인도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전현민)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ㆍ배포 등) 등의 혐의로 승려 A(3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아직 안 잡힌 사람은?

박사 조주빈, 와치맨 전씨에 이어 갓갓 A씨 등 이들 3명은 텔레그램 성범죄 3대 주범으로 불렸다. 이들 주범은 모두 붙잡혔지만 공범 모두가 잡힌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조씨가 박사방 운영 공범으로 지목한 ‘사마귀’가 있다. 경찰은 “조주빈과 면담 등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사마귀에 대한 수사 진행 과정을 밝혔다.

주범 외에도 n번방 등에 돈을 지불하고 참여한 유료 회원과 n번방 등을 통해 유포된 성 착취물을 소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경찰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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