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ㆍ유포방의 시초인 ‘n번방’을 만든 ‘갓갓’(텔레그램 닉네임)이 경찰에 붙잡혔다. 갓갓은 미성년자 등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악용해 성 착취물을 직접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유포하는 수법을 고안한 인물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등이 이를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1일 피의자 A(24)씨에게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착취물 제작ㆍ배포 등)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해 지난 9일 긴급 체포한 뒤 조사 과정에서 자백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갓갓은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서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총 8개의 성착취물 유포방을 운영했다. 갓갓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인의 신체 사진을 올리는 여성 이용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에게 ‘당신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무단 유포되고 있다’며 해킹 프로그램이 포함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클릭하게 되면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갓갓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후 경찰을 사칭해 “당신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을 것이다. 허나 조사를 받지 않게 도와주겠다”며 신체 사진을 요구했다.
갓갓은 이렇게 20~30명의 여성 피해자들에게서 받아낸 수백 개의 영상을 n번방에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1개당 300명에서 700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였으며, 성인 남성이 숙박업소에 감금된 중학생 여자 청소년을 성폭행하는 범죄 영상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진다.
갓갓의 n번방이 다크웹, 음란사이트 등에서 인기를 얻자 지난 3월 검거된 조주빈은 갓갓을 모방해 ‘박사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에서 오래 활동해 온 인물들은 “조주빈보다 갓갓이 더 악랄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관련 제보자 김모씨는 “조주빈은 돈을 벌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면 갓갓은 순수하게 재미로 했다”며 “박사와 달리 n번방에 자료를 무료로 뿌리다 보니 피해 범위가 훨씬 넓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월 갓갓과 조주빈이 나눈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대화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6월 돌연 잠적한 갓갓은 지난 1월 박사방에 입장해 일명 ‘노예 영상’들을 공유한 후 조씨와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조씨가 갓갓의 성착취물에 대해 “품질이 별로고 가학에만 빠져 있다”고 지적하자, 갓갓은 “이거 게임이야, 나는 노예가 1년 버티면 그냥 풀어주고, 도망가면 뿌리는 게임”이라고 답했다.
갓갓은 당시 경찰이 n번방을 포함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유방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적어도 경찰은 나 못잡아”라며 조롱했다. 갓갓은 “나는 문상(문화상품권)만 받았어. 그거 받아서 노예에게 줬음. 그래서 추적해도 안 나와”라며 휴대폰을 버리면 증거가 없어서 본인이 자수를 해도 경찰이 감옥을 못 보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갓갓까지 붙잡히면서 경찰이 그 동안 수사를 이어온 텔레그램 성착취 유포 사건과 관련한 주요 운영자들은 모두 검거됐다. 경찰은 성착취물 유통뿐만 아니라 제작에까지 관여한 ‘n번방’ ‘Project N방’ ‘박사방’ 등 3대 텔레그램 대화방 관련자들을 추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박사방 운영자 조씨뿐만 아니라 Project N방 운영자 배모군(닉네임 로리대장태범) 모두 구속 상태다. 이와 함께 갓갓의 신상정보가 공개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경찰은 조씨와 공범인 ‘부따’ 강훈과 ‘이기야’ 이원호 육군 일병 등에 대한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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