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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유십이(尙有十二)’ 해운 재건의 각오

입력
2020.05.1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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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달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 왕태석 선임기자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오로지 바다와 하늘을 통해서만 해외로 나갈 수 있다. 물량 기준으로, 수출입 화물 중 전체의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처럼 해운업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한 글로벌 해운사들은 자국의 정부 지원을 활용해 고효율 초대형선을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적은 연료비로 한꺼번에 많은 화물의 운송이 가능해졌지만, 저운임 경쟁의 악순환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해운업의 대표주자들도 이러한 저운임 파상 공세에 속절없이 10년의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의 원양 해운업에도 터널 끝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세계 최대 규모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이다. 지난달 첫 결실인 ‘알헤시라스호’의 명명식과 출항식이 있었다.

현대상선에서 새 이름으로 새 출발한 HMM은 올해 2만4,000TEU급 12척, 내년에는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선을 각각 유럽ㆍ미주 노선에 투입하게 된다. 이 선박들은 기존 선박보다 운송능력이 3배나 늘어나는데 연료 소모량은 오히려 기존의 60%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글로벌 1, 2위 선사들은 각각 420만TEU, 380만TEU로 매머드급 선복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운업 경쟁력의 척도인 1만TEU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 비중은 다들 20% 미만이다. 반면, HMM의 선복량은, 총 20척의 초대형선을 모두 인도받는 2021년이 되면 현재의 2배인 90만TEU로 늘어나게 되며, 메가 컨테이너선 비율이 40% 이상으로 쑥 올라가게 된다. 대한민국 대표 원양선사 HMM이 작지만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가진 해운사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급격히 늘어나는 선복량으로 인해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HMM은 지난달 1일부터 세계 3대 얼라이언스 중 하나인 THE 얼라이언스와 협력을 본격 시작, 유럽행 1호선 알헤시라스호의 선적률이 99%를 넘어서는 ‘만선’을 기록하면서 모든 걱정을 잠재웠다.

임진왜란 당시 백의종군했던 이순신 장군은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ㆍ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결전의 의지를 담은 장계를 임금께 올렸다. 새 이름으로 새 출발하는 HMM도 똑같은 심정이다. 공교롭게도 왕복 12주가 소요되는 유럽행 정기노선의 특성상, 올해 투입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숫자도 12척으로 그때와 똑같다.

2016년 물류대란 당시 해운업계의 탄식을 기억한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올해 드디어 해운 재건의 발판이 마련된 만큼, HMM은 글로벌 톱클래스로 도약, 대한민국 해운 재건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반드시!

배재훈 HMM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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