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간접으로 보증하는 채권인 국채와 특수채 발행 잔액이 1,100조원 선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채권은 결국 미래 세대가 나중에 짊어져야 할 부담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ㆍ재정증권 등의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 잔액 합계는 1,098조4,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78조3,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발행 잔액은 국채 753조5,000억원, 특수채 344조9,000억원이다.
국채 발행 잔액은 올해 들어 65조7,000억원 늘었고 특수채는 12조6,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이 51조2,000억원가량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4개월 만에 이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증가 속도 역시 가팔랐다.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은 작년 3월28일 처음으로 1,000조원 선을 넘었는데 1년2개월 만에 또다시 1,100조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은 2016년 2월26일 900조원 선을 처음 넘은 이후 1,000조원 선을 돌파하는 데 3년1개월이 걸렸다.
올해 채권 발행액이 급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과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공급에 따른 특수채 발행 영향이 컸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추경도 편성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중 10조3,000억원은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것이다. 또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14조3,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 중 3조4,000억원이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 올해 들어 이달 8일까지 국채 발행액(89조4,000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65조2,000억원)보다 24조2,000억원 늘었지만, 상환액은 23조7,000억원에 그쳐 잔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공기관이 발행하고 정부가 간접적으로 보증하는 채권인 특수채 발행 잔액도 5년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수채 발행잔액 증가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물량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했는데,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MBS 발행 물량을 확대한 것이다. 정부가 1차 안심전환 대출을 시행했던 2015년 2분기에도 특수채 발행이 4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당분간 두 채권의 발행 잔액은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3차 추경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 있다. 국채 발행 없이 세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세수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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