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누적 순매수 30.7조원에 주식 예탁금 17.1조원 늘어
올해 주식시장에 47조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휘둘리던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이 핵심 주체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3개월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가는 외국인은 주식과 달리 국내 채권은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6조9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조6,670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양대 시장을 합쳐 30조7,57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특히 지난 4일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하루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과거 공모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간접 투자에 눈을 돌렸던 개인들이 최근에는 직접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역시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의 투자자 예탁금은 44조4,689억원으로 작년 말(27조3,384억원) 보다 17조1,305억원(62.66%)이나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이다. 통상 국민연금의 연간 순매수 금액이 10조∼20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개인 순매수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락했던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사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 역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한편 3개월 연속 국내 주식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은 꾸준히 사들였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하는 외국인 유가증권 투자동향 통계를 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40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40조원을 넘었다. 작년 말(123조9,000억원)보다 17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3월과 지난달에도 각각 7조4,000억원, 9조3,000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3월 12조5,000억원, 지난달 4조1,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우며 ‘셀 코리아’를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양호한 반면 금리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