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공장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논의의 기폭제가 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전세계 공급망 중단에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의 필요성이 더 부각된 것이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미국 내 공장 설립과 관련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사,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와 협상하고 있다. 그렉 슬레이터 인텔 정책ㆍ기술 부문 부사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면서 “미국 정부와 다른 고객 모두에게 첨단 반도체를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도 늘고 있어 상업적으로 볼 때도 지금이 공장 확충의 적기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TSMC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은 물론 미국 상무부ㆍ국방부와 협의 중이다. 다만 성명을 통해 “미국을 포함해 적합한 모든 장소를 평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미 정부당국은 삼성전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가 더 많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위탁생산(CMO) 공장을 확장하는 방안을 지원하는 데 미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얽혀 있다는 위기 의식도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키웠다. 현대 군사장비에 첨단 반도체가 필수가 됐지만 미국 내 방산 제조분야에 필요한 반도체를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면에 경쟁국인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에 투입하고 있어 미국의 위기 의식은 더 커졌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복잡한 산업 지형 속에서 자칫 거금을 투자하고도 성과는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이견도 풀어야 할 과제다. WSJ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민관 협력, 세금 공제, 현금 지급 등 각종 지원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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