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기자들 거리 두고 앉아 ‘신풍경’
文대통령 “악수는 못할 것 같다” 목례만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는 내내 웃음기 없는 결연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색 정장ㆍ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한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을 문 대통령이 찾은 건 이번이 6번째다.
22분간 이어진 연설 동안 문 대통령은‘경제’(22번), ‘방역’(20번), ‘위기’(18번), '고용'(16번)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특히 ‘선도’라는 단어를 11번 언급하며 남은 2년간 국정운영의 핵심 비전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첫 유엔 총회 연설 무대에서 제시했던 ‘선도’라는 키워드를 다시 꺼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라며 “세계 민주주의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이제 그 힘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K-브랜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높아진 것을 계기로 방역은 물론이고 경제ㆍ사회ㆍ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자리에 서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세계의 모범이 되고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겠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의 염원을 항상 가슴에 담고 국정을 운영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며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이어 “국민과 역사가 부여한 사명을 위해 무거운 책임감으로 전력을 다하겠다”며 “임기 마지막까지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취임 3주년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고 잠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질문하는 기자를 응시하며 한 손에 펜을 쥔 채 질문을 경청했다. 질문 3개를 받고 연단에서 내려선 대통령은 “악수를 못할 것 같다. 인사만 하고 가겠다”며 기자들에게 다가가 목례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경호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기자들은 체온을 재고 코로나19 관련 문진표를 작성한 뒤 브리핑장에 입장했다. 기자들은 브리핑룸 내 거리 유지를 위해 2인용 책상에 한 명씩 ‘지그재그’ 형태로 앉아 마스크를 쓰고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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