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쇼크에도... 9일 밤 유흥가 발 디딜 틈 없어
20~30대 청년들 “클럽 가고 포차ㆍ바의 시대 온다”
“이제 정말 끝인 줄 알았는데” 생활고 빠진 상인들만 울상
“이태원 클럽이요? 포차는 그냥 음식점이랑 똑같잖아요. 우리는 안 걸려요.”
9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강남역 일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감염 우려를 잊은 듯 말 그대로 ‘불야성’이었다. 인근 유명 클럽들이 집합 금지 명령으로 일제히 문을 닫았지만 헌팅포차와 술집들은 여전히 문전성시였다. 강남역 10번 출구 뒷골목은 삼삼오오 술집을 찾아 헤매는 청년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헌팅포차의 경우 입구 앞에 20명 가까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친한 대학 선배와 함께 신논현역 일대의 한 라운지 바를 방문했다는 이모(31)씨는 “술집은 사실 일반 식당이랑 다를 바 없다”며 “확진자가 번진 이태원 클럽이랑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은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했지만, 일부 청년들은 문을 연 유흥시설을 찾아 강남과 홍대,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어 추가 감염에 대한 우려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9일과 10일 새벽 강남과 홍대 일대의 정상 영업 중인 헌팅포차와 술집, 라운지 바 등은 비가 오는 굳은 날씨에 평소보다 유동인구는 적었지만 내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들 업소는 클럽, 룸살롱 등과 달리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돼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클럽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다시 술집과 바의 시대가 돌아오나”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헌팅포차는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실내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 손님들이 합석이나 흡연 등을 위해 자주 자리를 옮겨 밀접 접촉도 수시로 발생했다. 한 술집 종업원은 “입장 시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지만 내부에서까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지방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10일 새벽 부산시가 경찰 등과 함께 합동단속반을 꾸려 클럽 등 유흥업소 17곳을 점검한 결과 이 중 7곳이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클럽에서는 100여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한 데 엉켜 춤을 추거나 흡연을 하며 침을 뱉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여전히 활기를 띤 유흥가와 달리 서울 도심의 일반 상인들은 코로나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되면서 잠시나마 활기를 띠던 명동 상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나온 탓인지 10일 낮 명동 거리 상점에는 손님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테이크아웃 음식점에서 일하는 한동훈(27)씨는 “지난주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반짝 한국인 손님이 늘었지만 이태원 클럽 사태 때문인지 다시 손님이 줄었다”며 “1시간에 손님 서너명 오면 많이 오는 정도이니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이태원 일대도 사실상 ‘유령 도시’나 다름 없었다. 9일 오후 11시쯤 이태원역 3번 출구 밖 보광로 60길 거리는 가게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도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곳이 5곳 중 2곳이나 됐다. 이태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최모(43)씨는 “지난 황금연휴 때까지만 해도 이제 괜찮아지는구나 싶었는데 왠 날벼락인가 싶다”며 “건물 임대료 등 손실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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