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특별연설서 대북 이슈 언급 최소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 연설 중 대북 정책 관련 문장은 1개뿐이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ㆍ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달아올랐던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미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얼어붙은 뒤 1년 넘게 회복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남북 협력과 관련해 “북미 대화와 상관 없이 협력하자 → 대북 제재에 어긋나지 않는 분야부터 하자 →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등 제안 수위를 바꿔 가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 위원장은 묵묵부답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인간 안보’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 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인간 안보’(human security)는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제안한 신 안보 개념으로, 문 대통령은 “오늘날의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 안보에서 재난, 질병, 환경문제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 안보’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남과 북도 인간 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며 북한을 단 한 차례 언급했다.
연설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 협력사업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의 싸늘한 무응답에 대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국제적인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멈춰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우리가 계속 독촉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배려하고 달래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우리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연설 중 대북 메시지는 한 문장이지만, 오히려 김 위원장 운신의 폭을 넓혀 주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풀이했다.
또한 북미 비핵화 대화 진척 여부와 무관하게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DMZ)의 국제 평화지대화,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 고향 방문, 유해 공동발굴 등 기존의 제안들은 모두 유효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거듭 손짓을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보건ㆍ방역 분야 협력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말라리아,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남북한이 함께 예방해야 하는 전염병 협력에 대해 “아주 현실성 있는 사업”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북민 모두의 보건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적극, 우선적으로 추진할만하다”고 강조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