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4월 30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 놀러 갔던 20대 남성이 진정세에 접어든 코로나19 감염에 다시 불씨를 댕겼다. 10일 현재 이 남성과 연관된 확진자가 50여명까지 늘어났다. 방역 당국은 황금연휴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연휴 기간 긴장감이 사라진 모습이 유명 관광지나 유흥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연휴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완화되자 약속 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책임을 특정인에게만 물을 수 없는 이유이다.
□ 사회적 거리 두기가 45일간 이어지면서 해결하기 힘든 딜레마들이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비명으로 압축되는 서민들 생활고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지난 주말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댁을 방문해야 하느냐를 두고 빠져든 고민도 명확한 답을 찾기 힘든 딜레마였다. 코로나19 감염자 사망률이 고령일수록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이성적으로는 방문을 연기해야 하지만, 기다리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성적 판단만 고집하기 어렵다.
□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자체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조치이다. 행태 심리학자들은 이런 본성을 ‘나태 혐오증(idleness aversion)’이라고 부른다. 직장인들의 경우 근무시간과 퇴근 후 동료들과 만남이 주는 만족감이 집에서 홀로 즐기는 여가의 만족감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가 있고, 심지어 독방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있는 것보다는 전기 쇼크를 더 선호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을 정도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세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반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도 이런 인간 본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최근 미 뉴욕타임스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피로감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행태 경제학자의 기고를 실었다. 나태 혐오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취미나 외국어 공부 등 혼자서도 몰두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기, 온라인을 통해 자기 경험 공유하기,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친지들을 살펴 격려하기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에게 위험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다는 책임감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재난안전대책본부도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면 크게 번지듯 누가 우리 사회 ‘잉크 전파자’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쉬운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