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특별연설]
“방역이 먹고 사는 문제 해결 못해” 온라인 의료ㆍ교육과 바이오 등 육성
고용안전망 수준 획기적으로 높여… “전국민 고용보험 기초 놓겠다” 강조
문재인 대통령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며 해이해지는 사회 분위기를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그렇다고 두려워 제자리에 멈춰 설 이유는 없다”며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대한민국이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확실한 1등 방역 국가’가 된다면 경제ㆍ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비전이다.
이날 취임 3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일상 복귀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방역이 경제의 출발점이지만, 방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제는 경제”라는 인식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경제위기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된다”면서 연설의 3분의 2가량을 경제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매우 엄중” “매우 중대한 도전” “절체절명의 시간” 등의 말로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세계 경제는 멈춰 섰고, 공장은 생산을 중단했고, 실직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고 조목조목 언급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세계 교역이 급감하고 있다며 무역 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하는 길 밖에 없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달 중 등교개학 추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방역 완화 방침을 일단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남은 2년 국정운영의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 1990년대 중진국 목표를 너머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를 이끄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4대 과제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방역과 바이오산업 등의 육성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해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고용 문제를 해소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외교ㆍ안보 분야에서도 ‘인간안보’를 화두로 제시하며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한 간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서 해 나가자고 거듭 제안한다”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우리의 남북 협력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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