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캐슬, 사실은?] <17> 수사기관 ‘위법한 증거 수집’ 논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한 증거 수집’ 논란에 휘말리며 유죄를 받아내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짐에 따라,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법원은 수사기관의 위법수사를 억제하는 사법통제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범죄 혐의와 영장의 수집 범위를 벗어나는 압수물을 증거로 받아주지 않고 있다. 법원은 올해 2월 바이오업체 네이처셀의 유상증자 관련 부정거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이 영장 기재 혐의와 무관하게 압수한 자료로 수사한 점을 짚으며 “영장주의를 위반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과거 수사 때 영장 기재 혐의와 거리가 있는 증거를 챙긴 다음, 이를 저장했다가 다른 수사에서 활용하는 행태도 최근 확인됐다. 이석채 전 KT 회장 채용비리 수사가 그랬다. 검찰은 2013년 이 전 회장의 횡령ㆍ배임 혐의 수사 당시 이 전 회장과 서유열 전 KT 사장 등의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는데, 이를 다시 채용비리 수사에 재활용 했다가 위법증거 수집으로 무죄가 났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당시 영장의 제한 사항을 어기고 마치 ‘데이터베이스화’ 하듯이 보관하다가 관련 없는 별개 사건에 증거로 내는 것은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과거 영장의 혐의로 2018년 무죄 확정 판결이 났는데, 검찰이 더 해당 자료를 보관할 이유도 없었다고도 꼬집었다.
압수수색 절차에서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의 참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것도 수사기관이 지켜야 할 적법 절차로 꼽힌다. 압수하려는 물건의 상세 목록을 적어 제시해야 하고 단순히 영장의 표지만이 아닌 실질적 내용까지 압수당하는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대한 적법절차 하자로 증거능력을 잃게 된다.
이런 식으로 법원에서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된 증거들은 유죄 입증을 위한 증거로서 사용될 수 없고 그 증거를 토대로 나온 진술 등 2차 증거도 증거로 쓰일 수 없다. 위법수집 증거를 뺀 나머지만 유무죄 판단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이런 증거가 결정적 의미를 가지는 경우 전체 사건에서 무죄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한 부장판사는 “영장주의 원칙만 엄격히 지켜져도 권력기관의 대표적 폐해인 별건ㆍ압박 수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법원이 적법 절차에 따른 증거물 수집인지를 판정하는 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검찰은 최근 위법한 증거수집 법리 등 증거법에 관한 연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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