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2017)를 제작ㆍ연출했다. 성에 안 찬 듯 또 ‘고양이 집사’를 만들어 개봉(14일)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2년에 1편꼴로 고양이 영화를 선보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조은성 영화프로듀서는 ‘고양이 영화 집사’라 불러도 무방할 인물.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를 찾은 그는 “고양이가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일련의 사건에 충격을 받아” 이런 결심을 했다.
조 프로듀서의 전공은 원래 스포츠 다큐. 국내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재일동포 선수들 이야기를 다룬 ‘그라운드의 이방인’(2015), 일본 조총련계학교 운동선수들의 삶을 그린 ‘울보 권투부’(2014)와 ‘60만번의 트라이’(2015) 등을 만들었다.
‘고양이 집사’는 매일 같이 닭가슴살 도시락을 길고양이에게 배달하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조 프로듀서도 의아했다. “고양이가 우주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 헌신적인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저럴까”라는 싶었다. 촬영을 하며 어렴풋이 깨달았다. “약한 존재를 향한 사람의 마음 씀씀이는 똑같잖아요.”
고양이 영화를 만들며 고양이 관련 책을 다 뒤졌다. “고양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 고양이가 굉장히 매력적인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영화 소재로서 관심 비중이 ‘스포츠 70%’에서 ‘고양이 80%’로 바뀌었다.” 고양이 영화 기획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스페인 성지순례길 산티아고 여행길과 만난 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산티아고의 고양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단 보류됐다. 다음 아이템으로 생각했던 마을재생과 고양이 문제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고양이 ‘히끄’ 같은 ‘우주 대스타’가 탄생할 정도로 고양이 열풍이 거세다지만, 고양이 영화가 쉬운 건 아니다. 길고양이 영화는 더 그렇다. 동물복지 주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고양이 다큐가 뭐냐’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모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해는 해요. 난민 노동 인권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게 많으니까요.” ‘고양이 집사’ 제작비도 1억2,000만원 가운데 1억원은 대출로 마련했다.
그럼에도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는 꼭 풀고 싶다. 밥을 주기 시작하면 길고양이들이 몰려들어 동네가 지저분해진다는 통념 같은 것 말이다. 그는 “밥을 주면 길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를 건드릴 일이 줄고,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갑자기 불어나거나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느 통계를 보니 미국 연쇄 살인범 60% 가량이 어렸을 때 동물 학대 경험이 있다고 해요. 길고양이가 비참하게 죽는 사회가 사람들에게도 안전할까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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