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K리그1(1부리그) 최종라운드에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뒤 절치부심한 울산이 2020 시즌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32)과 천재 미드필더 윤빛가람(30)의 중원 장악, 최전방 주니오(34ㆍ브라질)의 폭발력과 조현우(29)의 안정감이 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입증했다.
울산은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에서 완벽에 가까운 팀워크로 소나기 골을 퍼부으며 4-0 대승을 거뒀다. 물론, 상주는 오세훈(21), 전세진(21) 등 핵심 선수들이 개막 전 교통사고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가 있었다. 하지만 울산이 문선민(28), 권경원(28) 등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버틴 상주를 완벽히 압도한 결과는 겨우내 의욕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결실이었다.
먼저 이번 시즌 울산 스쿼드의 ‘화룡점정’인 이청용 영입 효과가 뚜렷했다. 울산은 지난 3월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에서 뛰던 이청용을 작심하고 영입, 지난해 우승을 지켜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 측면을 제대로 보완했다. 이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이청용은 K리그를 떠난 뒤 11년 동안 유럽 무대서 쌓은 경험을 유감 없이 풀어냈다.
왼쪽 김인성(31)과 자리를 번갈아 오가며 노련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드는가 하면 ‘명품 패스’를 선보이며 공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또 이상헌(22)이 교체 아웃 된 후반엔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중원을 폭넓게 지휘했다. 때론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며 풀타임 활약했다.
누가 어디서 때려도 위력적인 공격력도 울산의 믿을 구석이다. 이날 전반에만 2골을 몰아넣은 주니오는 후반 6분에는 이상헌(22)에게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이타적 플레이로 지난해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또 ‘킥의 마술사’ 윤빛가람은 골키퍼가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의 완벽한 중거리 골로 물 오른 실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울산의 새 시즌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팀을 하나 새로 만들어도 될 만큼 탄탄한 벤치 멤버 때문이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주역 원두재(23)와 이동경(23), 서울에서 이적한 고명진(32), 노르웨이 국가대표 출신 비욘 존슨(29)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홈 개막전 엔트리 들지 않았던 박주호(33)와 이근호(35)까지 버티고 있다.
상주전을 마친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않은 선수들도 많이 준비돼 있다”며 “그 선수들이 함께 한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이청용 역시 “(첫 경기가) 울산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팬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짜임새와 폭발력, 여기에 탄탄한 스쿼드까지 갖춘 울산의 2020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울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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