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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의심 지운 허문회의 결단…롯데가 뛰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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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의심 지운 허문회의 결단…롯데가 뛰논다

입력
2020.05.11 0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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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 롯데-SK전에서 롯데 이대호가 홈러을 친 뒤 홈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8일 부산 롯데-SK전에서 롯데 이대호가 홈러을 친 뒤 홈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제가 가장 잘한 것은 바로 허문회 감독님을 모셔온 겁니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를 지배했던 롯데 성민규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성 단장은 2차 드래프트 직후 선발 투수 장시환을 내주고 미래 포수 자원(지성준)을 데려오는 깜짝 트레이드를 진행하는가 하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내야수 안치홍을 윈-윈 계약 방식으로 영입하는 등 지난 겨울 파격 행보를 이어왔다. 이제 성 단장의 시간은 잠시 멈춰 섰고, 성 단장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부했던 허문회 감독의 시간이 시작됐다.

사실 허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다른 모든 감독들이 공개한 개막전 선발 투수를 밝히지 못했다. 팀의 핵심 선발인 외국인 투수들의 상황(부상 및 개인 사정)이 확실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주변은 술렁였고 의심했다. 게다가 개막전 엔트리가 발표되면서 그 의심의 크기는 커졌다. 팀 취약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선발 투수 한 명을 내주면서까지 데려왔던 포수 지성준의 이름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팀 전력의 미래를 위해 구단이 호주리그 등 겨우내 힘써 육성했던 강로한, 김민수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특히 지성준은 시즌 준비 과정에서 수비 문제가 계속 거론됐지만, 그래도 공격 능력은 충분히 1군에서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성준의 개막 엔트리 제외는 사실 충격에 가까웠다.

허문회 롯데 감독. 연합뉴스
허문회 롯데 감독. 연합뉴스

“분명히 공격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나처럼 반 쪽짜리 선수가 돼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3년 후 팀을 떠날지도 모르지만 지성준은 팀의 10년 미래를 책임져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은 2군에서 많은 게임을 뛰며 수비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생각이 달랐다. 방향도 달랐다. 하지만 진심으로 팀과 선수의 미래를 위한다는 마음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픈(?) 선수 시절 경험을 후배에게 되풀이 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우려도 됐다. 프로야구는 과정도 중요하나, 하루하루 승과 패가 쌓여가며 평가 받는 결과의 세계다. 곧 오늘의 결과가 바로 내일이라는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감독의 자리는 결단의 자리다. 그리고 허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흔히 판단에는 근거가 필요하지만 결단에는 자신의 자리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허 감독의 판단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수비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투수들이 편하게 던지기 위해서는 포수의 수비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지성준을 시즌 개막에서 배제했고 이 결단에는 자신의 자리를 걸었다.

“개막 후 30경기 전후까지는 팀의 퍼즐을 맞춰가는 시간이다. 이 기간 선수들이 게임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잡아가기를 바란다. 나는 그 이후에 나의 색깔을 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허 감독의 색깔은 자신의 존위보다 팀과 선수의 미래를 우선하고 존중하는 생각과 방향을 가졌고, 이를 보여줬다. 그 동안 리그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색깔임에 분명하다.

시즌 개막 후 5연승 그리고 3번의 역전승, 경기 중 벤치 분위기는 감독의 옆에서 선수들이 뛰놀고 춤춘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0시즌 그가 이끄는 롯데의 야구가 얼마나 더 재미있을지 정말 기대가 크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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