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2020 K리그1 공식개막전. 이동국(41ㆍ전북)이 후반 39분 헤딩으로 올시즌 첫 골이자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대신 한 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다른 한 손으론 이를 받친 채 카메라를 바라봤다. 골을 도왔던 동료들도 이동국을 얼싸 안는 대신 좌우로 나란히 서서 같은 포즈를 취했다.
앞선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한화의 경기에서도 최정(33ㆍSK)이 2루타를 날린 뒤 같은 포즈를 취했다. 이는 ‘덕분에 챌린지’ 공식 포즈로, ‘존경’, ‘자부심’을 의미하는 수어 동작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국민 참여형 캠페인인데, 지난달 16일부터 시작해 벌써 2,600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동국은 경기 후 “승부를 떠나 다시 축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힘든 시국에 고생한 의료진들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해 동료들과 함께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중심으로 ‘덕분에 세리머니’가 확산하고 있다. 개막 이후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라며 세리머리는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의료진의 노고 덕에 스포츠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는 공감대가 스포츠계 전반에 형성된 까닭이다. 특히 스킨십이 동반되는 기존 세리머니와 달리,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SK와 키움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경기 중 안타나 볼넷 등으로 출루하면 ‘덕분에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SK 주장 최정(33)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확산세가 줄고 있다”며 “프로야구 개막도 그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라고 했다. 또 “프로야구 선수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생하시는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축구에서도 국내ㆍ국외 선수할 것 없이 확산 중이다. 울산 외국인 선수 주니오(34)는 지난 9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울산-상주전에서 전반 7분 득점에 성공한 뒤 고국 브라질에 힘내라는 메시지 세리머니를 한 이후 울산 선수들과 함께 모여 덕분에 세리머니를 했다. 또 이후 치러진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30), 수원FC의 안병준(30), 대전하나시티즌의 안드레(23), 포항스틸러스의 일류첸코(30)도 덕분에 세리머니 행렬에 합세했다.
외신들도 이 세리머니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스페인 스포츠전문매체 ‘마르카’는 “코로나19 시대의 골 세리머니”라며 “우리가 알던 것과 달리 포옹이나 접촉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존중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CBS스포츠도 덕분에 세리머니를 소개하면서 “(전북의 모습이) 일류다웠다”라고 보도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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