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완전히 혼란스러운 재앙(absolute chaotic disaster)’이라고 비판했다.
9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날 밤 옛 백악관 참모들과 30분간 나눈 통화에서 트럼프 정부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정부 리더십이 왜 필요한지 일깨워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대선 캠프에 적극적 참여를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앞으로 다가 올 대선은 모든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특정 개인이나 정당과 싸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이기주의, 무리짓기, 분열, 타인을 적으로 대하는 방식 등 미국인의 삶에 큰 충격을 준 오랜 경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글로벌 위기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고의 정부가 있있어도 (상황은) 나빴을 수 있다. (하지만) ‘내게 무슨 이익이냐’ ‘타인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우리 정부에 작동하면서 완전히 혼란스러운 재앙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자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통화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 “법치가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취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플린에 대해 경고하고 러시아와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녹음 파일과 관련해 논평 또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CNN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대응은 전례가 없었고 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구했다”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판을 일축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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