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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아나운서 “페미니즘은 왜 무조건 비난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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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아나운서 “페미니즘은 왜 무조건 비난받아야 하나”

입력
2020.05.09 20:41
수정
2020.05.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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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 MBC 방송 캡처
지난달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 MBC 방송 캡처

“우리는 진화했다. 그러나 젠더에 대한 의식은 그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남자는 약하면 안 된다고 상처 받으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다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화는 차이를 극대화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괜찮다면서, 그들은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사회적ㆍ정치적ㆍ경제적으로 모든 성별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제가 내린 페미니스트의 정의는 이렇다.”

최근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으로 화제의 중심에 오르내리는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내용이다. 이 발언은 그가 직접 말한 내용이 아니라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테드 강연을 옮긴 것이다.

임 아나운서는 아디치에의 강연을 옮긴 뒤 이런 글을 남겨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저도 알아가는 중입니다. 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이토록 격렬하면서도 이해와 논의가 이뤄지기보다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인지, 오해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혹은 그 이름에 부담을 가져야 하는지, 본질은 무엇인지,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함께 알아갔으면 해요."

아프리카 문학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수필가, 극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테드 강연 장면. 유튜브 캡처
아프리카 문학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수필가, 극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테드 강연 장면. 유튜브 캡처

지난해 지상파 뉴스 여성 앵커 중 드물게 안경을 쓰고 방송을 진행해 화제를 모은 임현주 아나운서는 지난 2월 MBC 교양 프로그램 ‘시리즈M’의 ‘인간에게 브래지어가 꼭 필요할까?’라는 주제의 방송을 위해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방송을 진행해 관심을 모았다. 남자 아나운서는 브래지어를 입고 방송하고, 여자 아나운서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식으로 역할을 바꿔 생활해 보는 실험의 일환이었다.

이 방송에 출연한 뒤 여러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그는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시리즈M’ 출연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한 데 이어 또 다시 소신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행자 김국진이 임 아나운서와 함께 출연한 배우 박해미에 대해 “정말 여성스러운 분”이라고 말한 것을 지적해서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초면이라 실례일까 봐 말을 못 했는데 계속 거슬렸다”며 “‘여성스럽다’는 말을 왜 이렇게 많이 하나. 요즘에는 ‘남성스럽다’ ‘여성스럽다’ 이런 말 하면 안 된다. 편견을 만든다”고 말했다.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같은 표현보다는 ‘너답다’ ‘매력 있다’ 정도가 좋지 않겠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라디오스타’ 진행자들은 임 아나운서의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예전부터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니 조금씩 바꿔야 하지 않겠냐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이 나간 뒤 임 아나운서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비난과 조롱, 혐오성 발언이 이어졌다. 악성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그는 유튜브 채널 ‘임아나 채널’ 일부 영상의 댓글창을 닫기도 했다. 그는 일부 댓글에 대해선 허위사실유포,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방송 등을 통해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이달 초 인스타그램에 “나는 무엇에 얽매이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 위함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앞으로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한다”고 적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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