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다.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길 바란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교착 장기화와 코로나19 국면에서 중ㆍ러와의 협력관계를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75년 전 러시아 인민은 인류 운명을 위협하던 파시즘을 격멸하는 정의의 대전에서 위대한 승리를 이룩함으로써 조국을 수호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오늘 조로(북ㆍ러)관계는 공동의 원수를 반대하는 성전에서 전우의 정으로 맺어진 친선의 고귀한 전통을 이어 부닥치는 온갖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더욱 발전하고 있다”면서 양국 관계의 강화 발전을 기원했다. 또한 코로나19와 관련해 “(러시아가 코로나 방역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기를 충심으로 축원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러시아의 ‘전승절’(5월 9일)을 맞아 축하 전문을 보낸 것은 2015년 이후 5년 만으로, 이는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의미)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부쩍 다시 가까워진 북러 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집권 후 처음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서 전날에도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총서기동지가 중국당과 인민을 영도해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축하한다”고 전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친서 외교로 중ㆍ러와의 협력관계를 더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중ㆍ러 양국 정상도 전날 전화 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미국이 내세워 온 ‘중국 책임론’을 겨냥해 “러시아는 어떤 세력이 전염병을 이유로 중국을 비난하는 것을 반대하며 확고하게 중국 편에 함께 서겠다”고 화답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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