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타순만 넘기면 곧 안정될 것이다. 차라리 초반에 빨리 한 점을 주는 게 긴장을 푸는데 효과적이다. 내 경험상으론 그렇다.”
이강철 KT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소형준(19)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생애 첫 데뷔전에서 긴장을 안 할 순 없는데, 초반 가벼운 실점으로 부담감을 더는 게 ‘본인의 공’을 던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데뷔전 상대를 디펜딩 챔피언이자 리그 최고팀으로 꼽히는 두산인 점에 대해서도 “(소형준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야 할 투수다. 두산도 언젠간 만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바람에 부응하듯 올 시즌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소형준이 팀을 연패에서 구해내며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됐다.
소형준은 이날 두산을 상대로 5이닝 동안 2실점(5피안타) 호투하며 팀의 12-3 대승을 이끌었다. 역대 8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 승리다. 특히 KT에선 지난 2018년에도 고졸 신인 김민(21)이 데뷔전 선발승을 챙긴 적이 있는데 한 팀에서 2명이 나온 것은 KT가 처음이다. 이강철 감독 또한 동국대를 졸업한 뒤 해태 시절이던 1989년 4월 13일 광주 무등구장 데뷔전(삼성전ㆍ7이닝 2실점)에서 승리를 챙겼다.
이 감독의 예측대로 소형준은 초반에 흔들리며 실점했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좋아졌다. 1회 1실점(2피안타ㆍ24구), 2회 1실점(2피안타ㆍ21구) 하더니, 3회에는 볼넷 한 개만 내주며 15개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1ㆍ2회에 나온 실점도 소형준의 실투라기보단 두산 타자들이 잘 친 것이었다. 4회에는 공 10개만 던지며 삼자범퇴 처리했다. 5회에는 가볍게 2아웃을 잡은 이후 최근 페이스가 좋은 페르난데스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2루 땅볼로 잡으며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빠른공 외에도 투심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5가지 구종을 섞어 던졌는데 151㎞짜리 강속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투심도 141~147㎞로 빨랐다. 타선도 장단 22안타를 터트리며 막내의 데뷔 첫 승을 축하했다. 소형준은 경기 후 “초반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직구 제구가 안됐다”면서 “연속 안타를 맞고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던지자 생각하니 그때부터 제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1-6으로 뒤지던 6회부터 대추격을 시작, 연장 10회말 극적인 9-8 승리를 완성했다. 롯데는 개막 4연승을 달렸는데 벌써 3번째 역전승이다. NC도 창원구장 LG전에서 13-5로 대승을 거두며 개막 이후 4연승을 이어갔다. 키움은 고척 한화전에서 3-3으로 팽팽하던 7회 박병호의 2점짜리 결승 홈런으로 5-3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대구에서 KIA를 5-0으로 꺾으며 연패를 끊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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