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웠던 김혜주 대위(30)가 잠실야구장 마운드 위에 올랐다.
김 대위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KT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두산은 홈 개막전인 이날 코로나19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의료진과 관계자들의 노고를 기려 김 대위를 시구자로 초청했다. 마운드 근처에 선 김 대위는 거수 경계를 한 뒤 공을 던졌다. 던진 공이 포수에 미치지 못하자 김 대위는 “결과가 조금 아쉽다”며 웃었지만, 이를 지켜본 선수단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국군춘천병원 응급간호장교인 김 대위는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위협이 확산됐던 지난 2월 23~3월 21일까지 28일 동안 대구 동산병원에 1차 군 의료지원팀으로 파견돼 대구 지역 확진 환자들을 지원했다. 김 대위는 이날 ‘28’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는데, 그가 대구에서 지원 활동을 한 ‘28일’을 의미한다. 김 대위는 “대구에서 보낸 28일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면서 “지금도 여러 곳에서 많은 분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일하신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그 장면을 볼 때면 눈물이 핑 돈다”고 했다.
의료진 수가 부족해 3교대로 매일 11~12시간 근무를 했다고 한다. 강도 높은 근무 중 콧등이 쓸려 반창고를 붙였는데, 그 모습이 국방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며 화제가 됐다.

김 대위는 시구 후 “대한민국 의료진의 대표로, 군 의료지원단의 대표로 이 자리에 서게 돼서 영광”이라며 “작년에 우승했던 두산의 홈 개막전 시구를 맡게 돼 걱정도 됐지만 자랑스러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현장에 계신 의료진 여러분 덕분에 코로나19 종식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곳 잠실 야구장에도 머지않아 직관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힘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의료진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김 대위는 “2월부터 3월까지 파견을 나가 있었는데 파견이 끝나고 보니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의료진은 봄·여름이 오는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다. 여러분도 힘드시겠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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