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자국 정부에 12조원 규모 공적자금의 ‘조건 없는’ 지원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부도 위기에까지 몰리자 정부에 손을 내밀면서도 경영권 관여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루프트한자는 7일(현지시간) 독일 정부와 연방경제안정화기금(WSF)에서 90억유로를 지원받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상당수 항공노선 운항 중단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루프트한자는 현재 전체 직원 12만명 중 8만명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 중이고, 독일ㆍ스위스ㆍ오스트리아ㆍ벨기에 등 4개국에서 총 100억유로 자금 수혈을 추진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앞서 5일 열린 올해 첫 연례회의에서 “1분기에 12억유로(약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카르스텐 슈포어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65년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루프트한자는 현재 1시간에 100만유로(약 13억2,000만원)를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독일 정부는 지원 대가로 회사 지분 25%+1주 확보와 이사회ㆍ감사회 의석, 배당금 지급 정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짜 지원은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이에 부정적이다. 표면상 이유는 보유 항공기 13% 감축, 1만명 감원 등 계획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조건부 지원을 ‘경영 간섭’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협상이 성사돼 자금 지원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정부 소유를 전제한 대출은 매력 없는 선택지”라며 “루프트한자는 차라리 지급불능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집권 대연정 내부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 다수파인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등 우파 정당들은 소유권 확보 노력과는 별개로 정부가 ‘침묵의 파트너’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비해 소수파인 사회민주당(SPD)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의 경영진이 보너스나 배당금을 챙기는 일 같은 건 있을 수 없다”면서 “(지원은) 반드시 조건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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