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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또 하나의 승리, K스포츠

입력
2020.05.0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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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외야석에 무관중 경기를 나타내는 ‘무’ 그림이 그려진 플래카드가 좌석에 붙어 있다. 인천=서재훈 기자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외야석에 무관중 경기를 나타내는 ‘무’ 그림이 그려진 플래카드가 좌석에 붙어 있다. 인천=서재훈 기자

대한민국 스포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 주였다. 어린이날에 프로야구 KBO리그가, 어버이날에는 프로축구 K리그가 각각 2020 시즌의 개막을 알렸고, 이 소식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두 리그 모두 해외 여러 나라에서 개막전을 비롯한 여러 경기가 생중계됐고, 아직 KBO리그나 K리그가 낯설기만 한 해외의 ‘새내기’ 팬들은 자국에선 볼 수 없는 생생한 스포츠 현장 모습에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민들이 NC다이노스 팬으로 유입되는 풍경이나, 미국에선 보기 힘든 국내 프로야구 특유의 ‘빠던(bat flip)’ 문화를 집중 분석하는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축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서, K리그 해외 중계권이 역대 가장 많은 나라에 판매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수 년간 해외 판매에 들인 공이 효과를 본 것인데,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축구 경기 개최가 사라진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개막 시점을 기준으로 영국, 독일, 호주, 중국 등 모두 36개국에서 올 시즌 K리그 중계를 확정한 상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프로스포츠 시장이다. 시즌이 겹치는 대형 스포츠를 2개 이상 운영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수십 개 팀들이 참여하는 두 리그의 개최 시기가 6개월 넘게 중복되는 경우는 미국과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수익 구조나 관중 동원 같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평가와는 별개로, 이러한 대규모 프로 스포츠를 30년 넘게 유지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팬덤과 운영 노하우가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평소라면 이만큼 주목받을 일 없는 일상적인 이벤트였겠지만, 지금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인 코로나19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포츠가 ‘일단 멈춤’인 상황에서, 과감하게 리그 개막을 시행한 한국의 결단은 그 자체로 크게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지난달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총선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아무 탈 없이 마무리한 이력을 가진 나라다. 코로나19 사태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과 동시에 일상으로의 복귀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인들의 관심은 이해할 만하다.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축구가 여전히 재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독일이 분데스리가 재개를 5월 16일로 확정했지만, 그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벨기에는 팀당 10경기 안팎으로 남아 있는 올 시즌 잔여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리그 종료를 선언한 상태.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된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외국인 친구 10여명과 화상회의 앱에 동시접속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전국 봉쇄(록다운)를 실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자유로운 이동이나 상점 이용 같은 일상적 행위가 크게 제한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재택 근무로 전환한 상태였고, 프로 스포츠 리그의 재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야구와 축구가 동시다발적으로 개막을 선언한 대한민국의 풍경에 세계가 놀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작은 성과들은, 의료진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합심한 덕택이다. 물론 아직 안심은 이르다. 무관중으로 재개된 프로스포츠 역시 꼼꼼한 준비와 관리를 통해 지금의 개선 상황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이른바 ‘K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호평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이, 프로스포츠의 안전한 개최를 통해 앞으로 더욱 빠르게 안정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서형욱 풋불리스트 대표ㆍ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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