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y]이번엔 ‘경쟁사 비방글’ 혐의… 남양유업 논란의 역사
반복되는 논란, 실적도 타격…영업이익 2012년 637억원→2019년 4억원
‘갑질’ 꼬리표를 7년째 떼지 못한 남양유업이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이번엔 ‘경쟁사 비방글’이 문제가 됐어요. 온라인에서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데요. 맘까페 등에 ‘A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을 올렸다고 해요.
남양유업은 7일 발빠르게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실무자의 자의적 판단”이라고 해명하면서 되레 ‘꼬리자르기’를 한다는 눈총을 받았죠. 특히 남양유업은 지난 2009년과 2013년 경쟁사 비방글이 유포됐다며 고소당한 적이 있어 괘씸죄가 추가됐습니다. 당시엔 공정 경쟁을 하자는 합의로 사건이 종결됐어요.
소비자의 실망감은 커져갑니다. 2013년 5월 초 117만원까지 치솟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8일 기준 32만원을 기록 중이죠. 주가가 4분의 1 수준으로 폭삭 가라앉은 셈입니다.
2013년 ‘대리점주 폭언 사건’으로 ‘갑질 기업’ 이미지 박혀
남양유업에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한 건 2013년 영업사원의 폭언 사건 때부터입니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할당된 판매물량을 대리점에 강제로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어요. 남양유업은 파문이 일어난 지 닷새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과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참지 않았죠.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결집력 있게 이뤄졌는지, 일부 점포에서는 ‘남양유업처럼 부도덕한 기업 제품은 취급하지 않겠다’는 공지문을 붙이기도 했어요. 불매운동은 대형마트의 남양유업 제품 매출이 10~2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해 남양유업이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고, 임신을 하면 그만두도록 압박해 온 사실도 밝혀졌어요. 불합리한 고용 관행까지 드러나면서 ‘갑질’ 이미지에 쐐기가 박힌 것이죠.
7년에 걸친 이미지 손상…실적 부진·주가 하락으로
2015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남양유업이 다시 화두에 오릅니다. 공정위가 대리점 밀어내기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124억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건데요. 남양유업은 밀어내기를 하지 않은 부분까지 과징금이 적용됐다고 주장했어요. 법원은 남양유업의 주장을 받아들여 124억원 중 11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리점 수수료를 두고도 갑질 논란이 일었어요. 대리점들의 매출이 하락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남양유업은 2014년 농협 납품 위탁 수수료율을 인상했었는데요. 그러다 2016년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자 대리점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수수료를 다시 내린 것이죠.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조사를 받고 시정 방안을 마련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어요.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의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2)씨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황씨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 받았죠. 남양유업은 황씨가 회사 경영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오너일가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7년에 걸친 이미지 손상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637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75억원, 2014년 261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 했어요. 2016년 41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지만, 다시 하락세를 타 지난해 영업이익은 4억 1,735만원까지 떨어졌죠. 7년 새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99.4% 급감했습니다.
물론 남양유업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 지난해 12월 자체 홍보 누리집인 ‘남양 뉴스룸’을 만들었어요. 각종 논란과 소문에 대해 대응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건데요. 이번에 경쟁사 비방글 논란이 터지면서 이 같은 노력마저 무색해진 상황입니다.
비판 여론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과연 남양유업은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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