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교수 아사히신문 인터뷰
“아베, 한국 배우기 싫어하면 김정은만 행복”
韓측 지원 검토에 日측 소극적 태도 지적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관련, 일본 정부가 한국의 대책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책이 세계적으로 평가 받는 상황에서 일본의 지원 요청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한국을 본 받는 것을 싫어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유익한 조언이라면, 예를 들어 그것이 악마의 조언이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에 진단키트, 마스크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정부간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에선 양국 국민 감정을 고려하는 동시에 한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자칫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서 양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일본의 감염자,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은 조기에 해외 여행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확산 속도가 멈추지 않는 것은 정부(국내) 대책의 약점이 원인이다. 많은 국가에서의 록다운(도시봉쇄) 기준은 일본보다 훨씬 엄격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한 점으로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했다는 사실 인정 △스스로 행동하는 책임을 받아들일 것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본 받을 것 △다른 나라의 지원 수용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미래 위기에 대처하는 모델로 삼을 것을 꼽았다. 이와 관련, 주변국의 성공 사례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인 아베 정권의 대응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현대문명의 변화에 대해 “이번 팬데믹은 우리들에게 ‘세계 수준에서의 정체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미국인’, ‘일본인’이란 국가적 정체성은 있지만 ‘세계의 일원’이란 정체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수준의 정체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현 확률은 51%, 실현되지 않을 확률은 49%”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의 발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립과 협조의 혼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마스크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며 “과학의 세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유럽의 연구자들이 공동 논문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