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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계층 사회안전망 확대, 포스트 코로나 1순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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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계층 사회안전망 확대, 포스트 코로나 1순위 과제”

입력
2020.05.09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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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년 문재인 정부에 제안한다]

“이천 참사같은 중대 재해 막을 노동 존중 사회 노력 보여야”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놓고선 “단기 일자리 제공 구상 넘어야”

재난산재 피해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진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 및 이천 참사 즈음 안전한 나라를 위한 제안 기자회견에서 정책과제 및 상징물, 대통령께 드리는 서신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재난산재 피해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진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 및 이천 참사 즈음 안전한 나라를 위한 제안 기자회견에서 정책과제 및 상징물, 대통령께 드리는 서신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10일 출범 3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에 남은 시간은 이제 2년여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지나간 상처를 치료하고, 파손된 공든탑을 보수하며 약점을 드러낸 시스템을 정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정권 중반부에 맞이하면서 정부는 우선 순위 정책들을 재선정하고, 새로운 판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도 열어야 한다. 한국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향후 2년여 동안 고용ㆍ노동 분야에서 어떤 정책들에 무게 중심을 놓고 추진해 성과를 내야 할지 각계 전문가들 의견을 물었다. 이들이 공통으로 ‘1순위 과제’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사회안전망 확대’이다. 나날이 위태로워지는 고용환경 속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산업현장의 위험요소를 최소화해 결국 안전한 국가를 위한 튼튼한 토대를 다져야 한다는 견해이다.

 ◇“고용보험 등 통한 실업부조 확대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한국형 실업부조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로 그 취약성이 드러난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취업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안전망이 없는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50%를 넘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고용률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안정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마련한 노동분야 공약 상당부분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1순위는 실업에 대응한 사회안전망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들은 현재 당정이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적극 추진하는 방향과 궤가 일치한다.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자성이 강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우선적으로 고용보험의 가입조건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요율 인상에 대한 공감대도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선 견해가 갈린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간 사회적 타협의 구체화”를 주문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활성화와 다각도 채널을 통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화의 틀을 놓고 기싸움을 이어가는 양대노총에 대한 주도권을 정부가 이제는 확실히 거머쥐어야 한다는 당위도 담겨있다. 박 교수는 38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중대재해 문제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천 참사는 원청의 무책임뿐만 아니라 최저가 입찰 등 건설업의 고질적 병폐, 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합쳐진 결과”라며 “정부가 힘이 있을 때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취임공약이었던 노동존중 사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실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지난 3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저항을 받고 흐지부지된 정책이 많지만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은 11%에 불과하고, 절대다수 노동자가 보호를 못 받는 현실 개선은 여전히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책임근무제 등 사회적 고민 필요한 시기”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 방향인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단기 일자리 제공을 넘어선 미래 산업에 맞는 일자리 전환으로의 신중한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 시절 대규모 건설ㆍ토목 중심 뉴딜을 추진했는데 신종 코로나는 자연환경을 파괴한 결과가 가져온 재앙이기에 당시와 같은 방식은 옳지 않다”라며 “결국 디지털 산업과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 자연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풀도록 하는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중심 한국판 뉴딜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며 “(부처별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청년에게 산불감시 맡기는 식의 수준 낮은 정책 대신 직업능력 향상과 연계될 사업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청년ㆍ중장년 실업이 예상되므로 직업 전환, 직무능력향상, 디지털 재훈련 등을 포함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일자리가 요구하는 인력으로 재창조하는 직업훈련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교육훈련체계를 현대화하고 실질적인 교육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생계수당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공공 투자가 ‘뉴딜’의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뉴딜의 성패를 갈랐던 것은 깜짝 놀랄 만큼의 제도 개혁이었다”라며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실력을 발휘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됐다. 전 영역에 걸친 새로운 제도 설계와 시스템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했다.

이제 논의의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올라갈 의제들도 있다. 오 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로 재택근무 경험이 확산되면서 기존 연공급(근속연수 비례 임금산정) 질서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퇴근이라는 ‘인풋’ 중심 체계가 흔들리면서 그 대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네이버 등 일부 기업들은 이미 2010년대부터 책임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구축해 코로나 국면에서도 혼란이 덜했다”며 “일하는 체계가 바뀌면 평가ㆍ 보상 방식도 함께 바뀌는 것이 어려운데 이번엔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 주어졌기에 그동안 이상적이라고만 여겼던 대안들에 대해 사회가 숙고해볼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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