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성폭력적 발언을 한 교사들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손주철)는 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송파구 A여고 교사 김모(62)씨와 하모(58)씨에게 벌금 700만원씩을 선고했다.
국어교사인 이들은 고전시를 가르치던 중 기생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술집 가서 아가씨들 길들이기가 쉬워? 처음부터 웰컴(환영)하기는 어려운 거야”라고 말했다. 학생에게 “먹을 거 먹고 싶으면 은밀하게 와라”면서 “혹시 모르잖아. 윙크라도 하면 내가 사줄지”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교사들의) 발언 경위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허위 진술할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의 상당 행위는 문학 작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참작할 여지가 있다”면서 “범죄 전력이 없고 교사로서 30년 가량 성실히 근무했으며, 이미 이 사건으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점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교실에서 학생을 강제로 끌어안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 학교 목사 강모(62)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강씨는 교실에서 학생 휴대폰을 압수했다가 돌려주는 과정에서 학생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어깨를 끌어안고 몸을 밀착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 학생이 경찰에서 한 진술이 유일하고 이를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나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A여고 학내 성폭력 문제는 학생들이 2018년 3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100여건이 넘는 피해 사례를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교육당국은 2018년 말 학생 전수조사와 감사를 실시한 뒤 교사 징계를 요구했고, 검찰은 지난해 말 강씨 등 3명을 기소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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