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소방본부, 소방청에 145억원 요청
“산불ㆍ산악사고 시 골든타임 내 출동”
대형산불과 산악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강원 동해안에 초속 25m 강풍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는 다목적 대형헬기가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까지 불을 옮기는 강풍에 맞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진화전력 보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강원소방본부는 다목적 헬기 도입을 위한 소방안전교부세 125억원을 소방청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9일 밝혔다. 소방청이 내년에 헬기 2대를 도입하는데, 이 가운데 1대를 강원 동해안에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강원소방본부 내부에선 실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10월쯤 소방안전교부세 편성이 확정되면, 도비 145억원을 더해 헬기 구입에 나선다. 2023년 동해안과 설악산 등 산악지대를 관할하는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 경우 산림청 헬기와 함께 보다 효과적인 초동 대응이 가능해진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선 담수용량이 3,000ℓ를 넘는 것은 물론 초속 25m 이상 강풍에도 운행이 가능한 기종이 필요하다”는 게 소방본부의 설명이다. 매년 봄 영동지역에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ㆍ영동 산악지대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풍)을 고려한 것이다.
화풍(火風)이라고도 불리는 이 바람은 지난해 고성과 속초, 강릉, 동해, 인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을 통해 위력을 보여줬다.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불은 사람의 능력으론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정도였다.
지난 1일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산불 역시 양간지풍으로 인해 순식간에 동해안으로 불길이 퍼져 나갔다.
그럼에도 강원소방이 보유한 헬기는 담수용량이 적고 초속 20m 이상 강풍에서는 뜰 수 없다. 수년째 초대형 헬기 구입을 읍소하고 있으나 예산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최문순 강원지사도 지난해 산불 현장에서 초대형 헬기 도입이 늦어진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원소방본부는 “강원도 면적 80% 이상이 산악지대인 데다, 열악한 교통ㆍ의료시설 등으로 인해 항공 수요도 다른 시도보다 2배 가량 많다”며 “산불 초기대응과 소중한 인명구조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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