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캔스피크’ 실존 인물
“위안부 단체 모금액 어디 쓰이는지도 몰라”
정의기억연대 “할머니 이용하는 사람 있어”
“1992년 6월 25일부터 30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요일마다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지금까지 모금된 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수요 집회에는 더 이상 가지 않을 겁니다.”
이용수(92)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요 집회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며 “위안부 관련 단체들이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안부 피해 여성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기부금 사용이 투명하지 않고, 30여년 동안 제대로 된 해결 없이 이용만 당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부모님이 차비, 용돈 하라고 준 돈을 기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며 “하지만 현금으로 들어오는 그 돈들은 정작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그는 “윤미향씨가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고 돌아와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윤 씨를 만나 출마를 지지했다는 것도 거짓”이라고 말했다. 윤 전 이사장은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1992년부터 정대협에서 함께 활동해 왔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문제 협의 당시 정의기억연대가 정부 등과 협상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들에게는 뒤늦게 협의 내용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 할머니들을 꼭두각시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단체가 정말로 할머니들을 대변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이 할머니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며 이런 갈등을 유도한 제3자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성금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관련 책을 출판하는 등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전반에 써 왔다”며 “할머니의 기억의 혼란이나 서운한 감정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용수 할머니는 16세 나이로 일본군에 끌려갔다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1994년 일본을 항의 방문했으며 2007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일화는 지난 2017년 영화 ‘아이캔스피크’로 제작되기도 했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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