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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3년, 개혁보다 실용에 무게 뒀다

입력
2020.05.08 04:30
수정
2020.05.08 06: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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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3년 딥러닝 분석] 

 文대통령, ‘경제’ ‘평화’ 최다 언급... 경제 거론 땐 주로 ‘성장’에 비중 

 ‘공정’ 문제는 사법적 정의로 축소... ‘통합’은 구체적 해법 안 보여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대통령의 말은 통치 권력이자 수단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국정 철학이 전파되고, 국정 운영의 방향이 결정된다.

한국일보는 10일로 집권 3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 발언(1,054건ㆍ183만 4,679자)을 ‘인공지능(AI) 임베딩 모듈 워드투벡터(Word2Vec)’ 방식으로 전수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유추해 보기 위한 시도다. 워드투벡터는 글과 문장, 단어의 관계를 딥러닝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분석해 단어의 맥락적 의미를 추출하는 기법이다.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 3년은 ‘개혁’보다는 ‘실용’으로 채워진 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고 ‘민주정부 3기’라는 상징성이 컸지만, 문 대통령은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에 충실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와 ‘평화’를 정책 최우선 순위로 뒀다는 사실이 이번 분석에서 거듭 확인됐다. 3년간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정책 단어는 ‘경제’(2,936회)와 ‘평화’(2,120회)였다.

문 대통령은 ‘경제’를 경제 성장과 지표상 성과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자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 구상이 우파의 성장 중심 경제 정책과 가까운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고 일자리가 위협받는 위기 상황인 만큼, 실용적 노선 선택이 불가피했을 수 있다. 노동절인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라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것을 분배보다는 성장에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을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도 최근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류효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류효진 기자

문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법은 ‘평화’를 경제적 번영의 의미와 결부해 사용한 데서도 확인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동력인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평화 번영론을 끌어왔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3년간의 발언에서 한반도 평화를 당장의 목표보다는 긴 과정으로 상정하는 화법을 사용했다. 보수 정권 10년을 거치며 남북관계가 후퇴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개혁’이 사실상 검찰 개혁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번 분석에서 ‘개혁’과 가장 유사성이 높은 단어는 ‘검찰’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공정’ 문제도 ‘특권’ ‘반칙’ ‘부정부패’ ‘적폐’ 청산 등 사법적 정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사회ㆍ경제적 정의까지 포괄해 공정의 문제를 다뤄왔던 것과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공존’을 강조했지만, 구체적 실행 의지는 뒤따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통합을 언급 할 때 ‘화합’ ‘이념’ ‘통일’ ‘치유’ 등 관념적 단어와 엮는 경향이 강했다. 공존 또한 ‘자연’ ‘문명’ ‘인류’ 등 거대 담론의 맥락에서 썼다. 통합과 공존을 통치의 실질적 방식보다는 이상적 목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어떻게 분석했나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정밀 분석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부터 2020년 5월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까지, 지난 3년간 문 대통령의 발언 1,054건을 전수 분석했다. 연설ㆍ축사ㆍ회의ㆍ대담 등을 합해 글자수는 183만4,679자에 달한다.

분석 방법으로는 인공신경망(Artificail Neural Network) 기술이 적용된 자연어 처리(임베딩) 기법 ‘워드투벡터(Word2Vec)’를 한국 언론 최초로 사용했다. 워드투벡터는 데이터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을 적용, 말뭉치를 수학적 벡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특정 단어가 어떤 단어들과 의미군(群)으로 묶이는지를 심층 분석하고, 단어의 맥락적 의미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등록돼 있는 김대중(855건ㆍ222만6,897자)ㆍ노무현(797건ㆍ190만5,447자)ㆍ이명박(819건ㆍ197만8,145자)ㆍ박근혜(493건ㆍ96만361자) 전 대통령의 연설 등도 함께 분석했다. 집권하기 전과 후의 생각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발언 등 642건(83만2,999자)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본보가 분석한 발언을 모두 합치면 927만1,528자에 달한다.

코딩에는 파이썬(Python)을 활용했고, 형태소 분석은 ‘은전한닢’(Mecab-ko)을 썼다. 워드투백 학습시 스킵그램(Skip-Gram) 모델을 적용했고, 한번에 학습할 단어 개수는 8개(window=8), 차원은 300차원(size=300)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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