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모(35)씨는 평소 정기후원을 해오던 사회복지단체에 최근 3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남편과 함께 받게 될 긴급재난지원금 60만원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절반 정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을 취약계층을 위해 미리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맞벌이 부부라 코로나19로 생계에 큰 타격이 없기도 했고 60만원을 소진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늘릴 것 같지도 않아 기부를 결정했다”며 “복지단체가 꼭 필요한 곳에 써주면 경제 회복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구호단체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구원수에 따라 40만~100만원씩 지급받는 지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앞당겨 구호단체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는 식의 기부를 장려했으나, 정부 기부도 전액 소비도 아닌 제3의 행렬인 셈이다.
기부를 결심 또는 계획하는 이들은 재난지원금을 ‘취지에 맞게’ 사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이런 대안을 찾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화성에서 자취 중인 유모(38)씨는 “전국민에 돈을 푼다는 것은 그만큼 대대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하겠단 뜻인데, 그 돈이 다시 정부 주머니로 들어가면 의미 없는 것 아니냐”며 “재난지원금을 포기하는 것보다 일단 받은 후 내가 원하는 곳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재난지원금 취지가 취약계층 몰락 방지에 있었기 때문에 상위 계층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다면 바람직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기부 문화 확산에 구호단체들도 재난지원금 기부 캠페인을 별도로 만들어 진행 중이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지난달 말부터 ‘재난지원금 더 나눔 캠페인’을 시행, 이를 통해 받은 후원금으로 재난 취약계층에 마스크 등 구호물품과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지역별 재난지원금이 배포됐을 때부터 기부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며 “현재까지 20여건 기부됐지만 다음주가 되면 관심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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