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20대 남성과 그 접촉자가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인 사이의 2차 감염이 유력한 상황이다. 20대 남성은 증상 발현 직전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접촉하는 이태원의 클럽들을 방문해 이곳에서도 추가 감염자가 대거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남성의 확인된 접촉자가 현재까지 5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A(29)씨는 전날 경기 용인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A씨와 만난 접촉자 B(31)씨가 거주지인 경기 안양시에서 확진됐다. 이로써 국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일일 지역발생 확진환자 ‘0명’ 유지 기록은 사흘(4~6일) 만에 끊겼다. 이들의 감염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역사회 어딘가에서 바이러스의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0시 기준 누적 확진환자는 전날 같은 시간보다 4명 늘어난 1만810명을 기록했다.
A씨는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까지 친구 3명과 1박2일 여행을 하는 등 서울과 강원 춘천·홍천, 경기 가평·성남 일대를 활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일 새벽에는 B씨와 5시간여 동안 서울 이태원의 클럽을 5곳이나 전전했다. 연휴로 붐볐던 이들 클럽에는 같은 시간 약 2,000여명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클럽에 가기 전인 1일 오후에도 A씨는 용인시 수지구 냉면집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기흥구 주류점 등을 방문했다. 클럽을 다녀온 2일 낮에도 성남 분당과 용인, 수원에서 식당과 편의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병원, 약국 등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본은 A씨가 찾은 클럽 방문자들 사이에서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증상이 발현되기 이틀 전 이미 왕성하게 바이러스가 배출된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가 많아 집단발병 여부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인구가 많고 밀집한 수도권에서 확진환자가 급증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일 시도 지자체장들과 이들 지역에 대한 병상 공동대응체계를 논의했다. 먼저 감염병 전담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거점병원들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서울이나 경기, 인천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 협력병원에 수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대해서도 3개 지역 정도를 묶어 환자 급증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지역을 넘나들며 적합한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전원하거나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구상도 나왔다.
한편 정부는 인도적 목적의 마스크 수출(반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늘면서 재고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현재는 긴급수정조치에 따라 해외 거주 국민, 파병 국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일부 예외적 경우에 한해 수출이 허용돼 있다. 앞으로는 외국 정부가 공식 요청할 경우, 인도적 목적에 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전승인을 거쳐 해당 국가로 수출이 허용된다. 생산업자나 판매업자의 개별적인 수출은 그대로 금지된다.
현재 70여개국이 우리 정부에 마스크 수출 및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보건 상황이 취약하고 외교 안보상 필요성이 있는 국가들이 마스크 수출을 원할 경우 이들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마스크 공급은 현재 조달청이 보유한 공적 마스크 재고물량을 정부가 구매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일 국민과 방역인력에 공급하고 남는 마스크 재고량은 100만~900만장으로 날마다 차이가 크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방역현장 인력과 국민을 위한 마스크 수급현황에 따라 수출 허용범위를 조정하겠다”면서 “재유행에 대비해 국민용 마스크 1억장 비축을 계획하고 있고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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