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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리그 심판 배정 사전공개, 자신감인가 자만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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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리그 심판 배정 사전공개, 자신감인가 자만심인가

입력
2020.05.07 16:41
수정
2020.05.07 17:4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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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심판 휘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심판 휘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8일 개막하는 프로축구 K리그 1라운드 배정 심판이 최근 공개됐다. 앞으로는 경기 일주일 전에 심판에 배정 결과를 통보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3, 4일전에 확정해 공개한다는 게 대한축구협회 방침이다.

1라운드 경기별 배정 심판이 공개되자 온라인은 들끓었다. K리그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특정 심판을 거론하며 “이번 경기는 (이기기) 글렀다”고 푸념하거나, 아예 심판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 팬도 부지기수다. 설상가상으로 현역 심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심판에 대한 비판 글에 “근거가 있는 비판인지”를 따져 물으며 논쟁에 불을 붙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K리그 현장에서도 “심판 배정을 미리 공개했을 때 얻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굳이 공개 해 심판과 구단의 접촉 여지를 늘렸다. 또 경기 결과에 따라 괜한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B구단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세계 스포츠 도박 업체들의 시선이 K리그로 쏠린 상황에서, 배정 심판 실명이 공개 된다면 심판들이 도박 브로커들로부터 부당한 협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열린다”라고 우려했다.

협회 심판운영실 관계자는 “심판들의 여건 개선을 통한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다”며 장점을 설명하면서 “(지난해까지 시행했던) 경기 전날 배정과 거점 숙소제와 대한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컨디션 조절도 힘들고 주말 경기는 교통편 예약도 쉽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심판들이 많았다”며 제도 개선 취지를 설명했다. 거점 숙소제란, 심판이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 묵지 않고 인근 거점도시의 지정 숙소에서 하루 숙박한 뒤 경기 당일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보완책도 제시했다. 협회는 “K리그 심판 평가관의 평가 외에도 심판들의 ‘자기평가 보고서’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판이 경기 후 48시간 내에 자신의 판정을 되돌아보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단 얘기다. 이 보고서는 연말에 심판들의 승강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심판들은 의심스러운 상활 발생 시 협회의 요청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도 작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개막 전부터 심판 배정 사전공개를 둘러싼 잡음과 우려가 높은 점은 협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본보가 K리그 22개구단 단장들을 대상으로 ‘잊어선 안 될 K리그 흑역사’를 물은 설문조사(2개 구단은 무응답)에서 2013년 불거진 심판매수 사건와 2011년 승부조작이 압도적 1,2위를 기록한 건 그만큼 “공든 탑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위기의식이 짙게 반영된 결과란 얘기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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