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마약 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인적ㆍ물적 교류에 제동이 걸리면서 항만 등에 발이 묶인 마약을 단속하는 사례가 증가하는가 하면 생산 자체가 타격을 받기도 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7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팬데믹은 지역별로 마약 생산ㆍ밀수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UNODC는 “여러 국가에서 수많은 종류의 마약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해졌다”며 특히 유럽ㆍ서남아시아ㆍ북미에서의 헤로인 부족을 언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약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유럽 내 코카인 가격이 올랐다”고 전했다.
마약 카르텔들은 각국의 물동량 봉쇄 조치 이전에 마약 출고를 늘였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올해 1분기에 남미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코카인 17.5톤이 압수됐다”면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6.6톤이 적발됐다”고 전했다. 중남미 조직범죄 전문 연구 기관인 인사이트크라임의 제러미 맥더모트 공동대표는 “일반적으로 마약 밀수 조직은 (유통 마약량의) 15~20%를 잃는 정도는 받아들인다”며 “하지만 (각국의 봉쇄 조치로) 유통 컨테이너 수가 줄어든 만큼 마약 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편 생산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미쳤다고 UNODC는 덧붙였다. 아편은 3~6월에 양귀비를 원료로 생산되지만 봉쇄로 인해 생산에 투입될 대규모 노동력이 이동하지 못한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실제로 세계 아편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 파키스탄은 국경 폐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마약 소매업자들은 이득을 보고 있다. 맥더모트 대표는 “로테르담항을 통해 유통되는 코카인 1㎏의 도매가는 지난해 말 2만5,000유로였지만 올해엔 3만2,000유로로 올랐다”고 말했다. 도시가 봉쇄되면서 소비자들이 이전에 비해 마약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카인 주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의 봉쇄로 수출길이 막힌 코카나무 잎 가격이 1월에 비해 46%나 하락한 것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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