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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실업자에 월 74만원 기본소득… 행복감 ‘쑥’ 근로 의욕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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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실업자에 월 74만원 기본소득… 행복감 ‘쑥’ 근로 의욕 ‘찔끔’

입력
2020.05.07 17:00
수정
2020.05.07 19: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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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기본소득 실험 결과

“실업수당의 변형, 취지 안 맞아”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4일 헬싱키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4일 헬싱키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핀란드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이 수급자의 행복감은 높였지만 취업 의지를 크게 고취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의 완화 방안으로 세계 각국에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본소득 실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핀란드 정부는 2017~2018년 2년간 25~28세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약 74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시범 시행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는 2017년 1월 당시 실업률이 9.2%까지 치솟으면서 시작됐다. 복지국가의 명성답게 실업수당의 임금대체율이 높아 일자리를 구하기보다 이를 받으며 안주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저임금ㆍ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취업하도록 근로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의도로 실험이 시작됐다.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전 국민에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기본소득의 취업 효과는 미미했다는 게 실험의 결론이다. 시행 첫 해 기본소득 수급자와 비수급자(실업수당 수급자) 그룹에서 근로 활동에 나선 비율은 각각 18%였다. 이듬해에는 기본소득 수급자의 취업 비율이 27%까지 높아졌지만 비수급자 그룹보다 2%포인트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취업일수 차이도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기본소득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취업일수는 78일로, 비수급자들보다 6일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수급자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ela는 실험 참가자 23%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비수급자들보다 만족도가 높고 정신적 긴장, 우울, 외로움 등을 덜 느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들이 받는 수당에 대해 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고, 스스로가 재정적으로 보호받는다고 느꼈다고도 설명했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핀란드 VATT경제연구소 측은 “기본소득은 큰 당근이었지만 충분한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 텐데 이번 결과로 볼 때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앤서니 페인터 영국 왕립예술학회(RSA) 정책ㆍ전략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기본소득이 취업에 악영향을 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면서 “수급자를 더 게으르게 만들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중요한 반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핀란드의 이번 실험은 기본소득 도입의 기본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기본소득은 사회안전망 확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 개념이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을 전제한 기본소득은 사실상 실업수당의 변형인 셈이어서 핀란드의 실험이 기본소득 제도 평가의 잣대가 되는 건 애당초 무리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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