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은 요즘 사람들의 필수품인데 ‘핸드폰으로도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드라마가 기획됐죠.”
7일 개최된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제작진의 온라인 언론 인터뷰에서 연출을 맡은 김진민 감독은 온라인 청소년 성매매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10부작 드라마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하는 청소년 범죄를 다루고 있다.
기존 방송이 다루지 못했던 금기의 영역으로 콘텐츠를 확장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선 “범죄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범죄가 미화돼선 안 된다는 걸 (애초에) 염두에 뒀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인지라, 왜곡된 시선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성매매에 관한 논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따로 공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인간수업’에서 성매매 알선에 나선 고등학생 지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동희는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쳤는데 그리고 나서 있어서는 안 될 (n번방 등) 사건이 터져 깜짝 놀랐다”면서 “이번 작품을 계기로 어른들이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목적은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단죄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 감독은 “나쁜 일을 자신이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이를 멈출 수 있는 순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어른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희는 2018~19년 ‘SKY캐슬’을 비롯해 지난 3월 종영한 ‘이태원 클라쓰’ 등 출연작마다 흥행에 성공 중이다. 인간수업의 출연 배경에 대해 김동희는 “지금까지 봐왔던 시나리오, 대본 중 가장 센세이셔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끌려 놓쳐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교복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 김동희는 지수를 연기하며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던 벽에 부딪친 적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를 저지른 어린 학생의 감정선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김동희는 “주인공인 지수에 완전 이입하다 보면 찝찝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인 인간수업이 의미하는 건 뭘까. 김동희는 ‘선택’과 ‘책임’으로 요약했다. 그는 “책임질 수 없는 상태의 지수가 해서는 안 될 선택의 결과로 절벽 끝에서 괴로워하는 과정이 결국 인간수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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