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러시아ㆍ중국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전파한 것이라는 정부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북한을 통한 ASF 유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과학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야생멧돼지 ASF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를 분석한 역학 조사 중간결과를 7일 공개했다. ASF는 인간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니지만 돼짓과 동물이 걸릴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작년 10월 2일 멧돼지 ASF가 처음 확인된 이후 최근까지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전국에서 채취한 야생 멧돼지 시료 1만6,809건을 검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약 3.5%인 585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과학원은 국내 멧돼지 ASF 유전형이 2007년 동유럽(조지아)에서 발생해 러시아ㆍ중국 등에서 유행하는 ASF 바이러스와 같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파 경로를 추정한 결과, 북한을 통한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30일 압록강 부근 자강도 우시군의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한 것도 근거가 됐다.
실제 국내 초기 ASF 발생지점을 보면 남방한계선 1㎞ 내에 있는 철원, 연천, 파주에 밀집됐다. 지난달 3일 처음으로 ASF가 확진된 고성 역시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0.2㎞ 떨어져 있다. 국내 유입 이후에는 발생 지역 내에서 멧돼지 간 접촉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기존 발생 지역에서 7∼33㎞가량 떨어진 화천군, 연천군, 양구군 등 일부 사례는 수렵 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전파한 것으로 과학원은 추정했다. 비무장지대를 출입하는 차량과 비무장지대 내 물웅덩이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ASF 확진 사례는 604건이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 분석으로 ASF의 정확한 유입 경로를 규명해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마련되도록 기여하겠다”며 “올해 상반기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가칭)을 조속히 개원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