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오마이걸이 데뷔 5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컴백 쇼케이스와 동시에 데뷔 첫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더니, 약 일주일 째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독식 중이다. 이에 힘입어 걸출한 각 채널 대표 예능까지 섭렵하며 ‘대세 굳히기’에 나섰으니, 오마이걸의 ‘화양연화’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15년 4월 미니 1집 ‘OH MY GIRL(오 마이 걸)’로 데뷔한 오마이걸은 첫 타이틀곡 ‘CUPID(큐피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콘셉트 요정’의 길을 걸어왔다.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독보적인 청순 콘셉트와 몽환, 요정미를 넘나드는 전쟁터 같은 걸그룹 대전 속에서 오마이걸만의 색깔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또한 리더 효정을 필두로 미미 유아 승희 지호 아린 비니까지 일곱 멤버들의 차별화된 매력과 탄탄한 기본기는 이들의 계단식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17년 발표한 미니 4집 ‘컬러링 북’은 벅스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해 여름 발표곡 ‘번지’를 통해 첫 지상파 음악 방송 1위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꾸준한 성장세 속 어느덧 두터운 팬덤과 ‘믿고 듣는’ 음악에 대한 신뢰까지 쌓은 오마이걸이었지만, ‘결정적 한 방’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었다. ‘비밀정원’ ‘불꽃놀이’ ‘다섯 번째 계절’ ‘번지’ 등이 앨범과 곡의 퀄리티 등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사랑을 받았지만, ‘대세’로 발돋움하기에는 2% 모자란 폭발력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의 ‘포텐’을 터트려 준 결정적 한 방은 지난 해 방송된 엠넷 ‘퀸덤’의 출연이었다. ‘퀸덤’을 통해 청순, 몽환에 중점을 둔 콘셉트 요정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보다 성숙하고 다양한 모습으로의 스펙트럼 확장을 알렸던 오마이걸은 국내외 인지도 급상승이라는 수혜를 입었다. 그간 대중적으로 조명되지 못했던 실력에 대한 존재감 역시 재입증 시킨 기회였다.
이에 힘입어 오마이걸은 지난 달 27일 미니 7집 ‘NONSTOP(논스톱)’ 공개 당일 타이틀곡 ‘살짝 설렜어’로 국내 주요 음원차트 5곳에서 1위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전 수록곡 역시 TOP 100 순위권에 진입하며 이전 활동들과는 확연히 다른 돌풍의 서막을 올렸다.
뿐만 아니다. 발매 7일 만인 지난 4일에는 미국 일본 홍콩 오스트리아 러시아 스페인 등의 아이튠즈 케이팝 앨범 차트서 전 세계 21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홍콩 타이완 필리핀 등 9개 지역의 아이튠즈 올 앨범 차트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마이걸이 데뷔 5년 만에 실로 폭발적인 인기의 중심에 서며 데뷔 이후 가장 큰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꾸준함이 빚어낸 성과’다. 그간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베이스로 몽환적인 콘셉트부터 청순, 상큼발랄까지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 온 오마이걸의 행보가 결국 ‘가장 잘 맞는 옷’을 찾는 결과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이번 타이틀곡인 ‘살짝 설렜어’에서 이들은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힙(hip)’한 스타일을 가미하며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친구에게 설렘을 느끼는 귀여운 상황을 보드게임에 표현한 재기발랄한 가사와 오마이걸 특유의 에너제틱하고 청량한 이미지, 여기에 ‘힙’함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은 오마이걸에게 최적화 된 콘셉트를 완성했다. 이는 한 가지 스타일에 갇혀있지 않고 매번 새로운 변신을 거듭해 온 덕분에 찾을 수 있었던 값진 성과다.
공격적인 방송 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공신이다. 오마이걸은 최근 ‘아는 형님’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을 비롯해 각종 예능, 음악,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며 눈코 뜰 새 없는 활동 중이다. 기존에 ‘예능멤버’로 정평이 나 있던 승희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가운데, 음원 파워까지 더해지며 오마이걸의 ‘대세’ 열풍을 가속시켰다.
물론 이 같은 행보를 찰지게 소화하고 있는 멤버 개개인의 역량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가창력부터 댄스, 심지어는 예능까지 각자의 포지션에서 빈틈없는 활약으로 팀을 뒷받침하고 있는 멤버들의 능력치가 결국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낸 마지막 ‘열쇠’였던 것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데뷔 이후 오랜 시간 포기 않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온 오마이걸의 행보를 전성기의 이유로 꼽았다. 정 평론가는 ”오마이걸은 2015년 여자친구 트와이스 등과 함께 데뷔했던 만큼 전성기가 상당히 늦어진 편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전에도 마니아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존재감이 있었던 팀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전성기의 이류를 꼽자면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 시장에서는 2~3년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반면 부지런히 앨범을 내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던 것이 이런 성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EDM으로 승부를 건 이번 앨범으로 입지를 굳혔다“며 ”또 멤버들의 실력 상승 역시 이전에 비해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코로나19의 기세가 한 풀 꺾인 상황 속 걸그룹이 약진하고 있는 음악 시장의 시기적 특징 역시 언급했다. 정 평론가는 ”최근 에이핑크를 기점으로 여성 가수들이 주목받으며 약진 중이다. 전성기의 이유를 이에 따른 시너지 덕분으로 꼽긴 어렵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기 독주에 대해 오마이걸의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본지에 ”많은 분들께서 오마이걸의 음악을 믿고 들어주시는 것 같아 무척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오마이걸의 음악에 기대감을 갖고 찾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