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 황홀한 꽃의 지옥! … 10m 대작 선보인 팔순 ‘꽃의 화가’ 김종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 황홀한 꽃의 지옥! … 10m 대작 선보인 팔순 ‘꽃의 화가’ 김종학

입력
2020.05.10 11:00
수정
2020.05.10 19:09
21면
0 0
2020년작 팬데모니엄(Pendemonuum), 1000x600㎝.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2020년작 팬데모니엄(Pendemonuum), 1000x600㎝.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때론 주먹만하고, 때론 사람 얼굴만한 크기의 꽃들이 한 두 개도 아닌 수십 개씩이나 캔버스 전체를 가득 채웠다. 색은 또 어떤가. 그림 앞에 서면 때론 폭력적이란 느낌이 들 만큼 강렬하다. 전시장 한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앉아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그 크기만 해도 가로 6m, 세로 10m에 이른다. 이 아찔함을 어이 할까 싶은데, 작품명도 하필이면 ‘대혼란(Pandemonium)’이다. 낙원에서 쫓겨난 악마들의 유희 공간. 엄청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하는 듯 하다.

‘대혼란’이 수직의 이미지라면, 부산 작업실에서 그렸다는 가로 8m에 이르는 또 다른 대작 ‘바다(Ocean)’는 ‘수평선’ 그 자체가 눈 앞에 육박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부산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Ⅲ-김종학’전에 들어서면 ‘과연 김종학’이라 무릎을 치게 된다. 대작, 다작 작가라 불리는 김 화백의 명성에 걸맞게 에너지가 넘쳐나는 큰 작품들이 미술관 전관을 가득 채워서다. 그 그림들은 하나같이 ‘나 여전히 붓을 거칠게 휘두르고 싶다’는, 여든 셋 김 화백의 웅변 같다.

바다 Ocean, 2020, Acrylic on canvas, 260x800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바다 Ocean, 2020, Acrylic on canvas, 260x800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널리 알려졌듯 김 화백의 화풍은 설악산 칩거 시절에 탄생했다. 1979년 홀로 설악산으로 들어가 소박한 꽃, 야생화, 들풀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을 캔버스에 담았다. ‘남자가 무슨 꽃 그림이냐’는 눈총도 쏟아졌다. 꽃 그림, 예쁜 그림을 금기시하는 현대미술 흐름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자연이 너무 좋았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엮은 책 ‘김종학의 편지’를 보면, 김 화백은 딸에게 “100장의 좋은 그림만 남기고 죽자”는 내용을 써보내기도 했다. 김 화백은 그 모든 수근거림 속에서도 작업을 이어갔고, 10여년쯤 지나자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별도의 색을 만들어내기 위해 색을 섞지 않는, 원색 그대로의 아찔하고도 화려한 꽃들이 되레 인기를 끌었다.

김종학 화백의 회고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6월 21일까지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김종학 화백의 회고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6월 21일까지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녹슬지 않는 김 화백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이전의 김 화백도 함께 보여준다. 원색의 화려한 꽃을 선보여 ‘꽃의 화가’ ‘설악의 화가’란 별명이 붙었지만, 사실 김 화백은 젊은 시절 실험적 작가였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에 잠시 머물며 판화로 갖가지 실험을 했고, 전위적인 작품이나 설치미술에도 발을 담갔다. 그래서 1960~70년대 김 화백의 작품에는 의외의 작품들이 적지 않다.

미술관은 이 노 대가의 작품을 주제에 따라 7개 방에 나눠 배치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부산=임수빈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