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거듭 언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래설과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확신할 수는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한연구소 유래설과 관련한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 때리기’ 공세를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확실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실에서 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그는 이어 “두 가지(확실성은 없지만 상당한 증거도 있다는 것) 모두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FP는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중국 연구실에서 발원했다는 논쟁적 주장을 재개했으나, 확실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미ㆍ중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두고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가 ‘사실상 신냉전기에 접어들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수장이 우한 유래설을 굽히지 않으며 중국 책임론을 또다시 꺼내든 것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확실성은 없다’고 여지를 남겨 “막대한 증거가 있다”고 했던 지난 3일 발언에 비해서는 수위를 다소 조절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는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반박 이후 나온 것이다. 게다가 ‘연구소 유래설’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연일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 전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우리는 모른다”고 언급했고,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어 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역시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정보 당국은 코로나19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에 대해 “정보당국은 여전히 코로나19가 정확히 어디서 시작됐는지 규명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밀리 합참의장의 전날 발언에 대한 기자 질문에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미 행정부 당국자들로부터 나오는 모든 발언은 전적으로 일관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연구소 유래설’과 별개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을 재차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그들(중국)은 계속 불투명하게 굴고, 우리 연구진과 전염병학자들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직 (진상에) 접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래서 최초 감염자와 시작점에 관한 세부적인 지식은 오로지 중국 공산당만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세계를 호도했다. 그들은 더 많이 알았으면서도 이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제보건규칙(IHR)상 그렇게 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유래설’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공세 성격이 강한 중국의 축소ㆍ은폐 책임론을 대신 집중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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