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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외교는 “오직 평화” 남북 관계에 초점

입력
2020.05.08 04:30
수정
2020.05.08 13: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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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3년 딥러닝 분석]

여정ㆍ디딤돌 표현으로 ‘평화는 과정’ 강조

임기 후반 ‘북미 대화’ 불씨 살리기 주력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신(新) 베를린선언’으로 불리는 2017년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평화를 언급했다. 평화, 그 중에서도 한반도 평화는 현 정부를 구성하는 가장 큰 축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며 “보다 주도적인 역할”(쾨르버재단 연설)을 다짐했지만 지난 3년의 발언을 살펴보면 평화를 ‘긴 과정’으로 상정하는 역설이 보였다. 보수 정권을 거치며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가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공개 발언 183만여자를 인공지능(AI) 임베딩의 한 종류인 ‘Word2Vec’(단어 유사도를 평가해 벡터로 변환하는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은 과정을 함축하는 단어와 평화를 자주 섞어 말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은 ‘여정’(유사성 0.58)으로 표현했고,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는 ‘디딤돌’(0.58)로 묘사하는 식이다.

햇볕정책을 주창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를 ‘냉전’(0.55), ‘갈망’(0.51)의 맥락에서 언급했다. 6자회담 등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에선 주로 ‘다자 간’(0.58)등과 엮여 사용됐다. 문 대통령이 이들과 달리 과정을 유달리 강조하는 건 보수정권 10년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크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애써 쌓아 올린 남북관계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허망하게 무너졌다는 판단 속에 평화로 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챙기겠다는 뜻이 지난 3년 외교안보 관련 발언에 녹아 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남북 간에 일체 대화가 끊어졌다”(쾨르버재단 일문일답), “지난 10년 10ㆍ4 정상선언을 비롯한 역대 정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고 남북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7ㆍ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2017년 10ㆍ4선언 10주년 축사)고 원망 섞인 발언도 수 차례 했다.

다른 국가와의 외교에서도 북한은 중심에 있었다. 정상회담이나 해외 주요 인사를 만날 때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항구적 평화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발표한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발언에선 미국을 단순한 동맹의 의미를 넘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성이 보인다. 2017년 7월 첫 미국 방문을 마치며 “한반도의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한반도 운전자론’과 맥이 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의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의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화는 문 대통령이 3년 동안 2,120번 말했을 정도로 핵심 과제다. 평화의 전제가 남북관계 개선인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를 지지부진한 상태로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4ㆍ27 판문점선언 2주년인 지난달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는 현실적인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관계가 언제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늘 경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를 만드는 데 남은 임기를 쏟아 부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과제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2018년 4ㆍ27 판문점선언과 9ㆍ19 평양공동선언의 법제화다. “국회에서 비준 동의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있었는데 주춤하고 있다”고 문 대통령이 수 차례 조바심을 내기도 했던 사안이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야당 반대로 하지 못했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북미 대화가 급진전된 2018년 상당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6ㆍ25전쟁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어떻게 분석했나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정밀 분석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부터 2020년 5월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까지, 지난 3년간 문 대통령의 발언 1,054건을 전수 분석했다. 연설ㆍ축사ㆍ회의ㆍ대담 등을 합해 글자수는 183만4,679자에 달한다.

분석 방법으로는 인공신경망(Artificail Neural Network) 기술이 적용된 자연어 처리(임베딩) 기법 ‘워드투벡터(Word2Vec)’를 한국 언론 최초로 사용했다. 워드투벡터는 데이터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을 적용, 말뭉치를 수학적 벡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특정 단어가 어떤 단어들과 의미군(群)으로 묶이는지를 심층 분석하고, 단어의 맥락적 의미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등록돼 있는 김대중(855건ㆍ222만6,897자)ㆍ노무현(797건ㆍ190만5,447자)ㆍ이명박(819건ㆍ197만8,145자)ㆍ박근혜(493건ㆍ96만361자) 전 대통령의 연설 등도 함께 분석했다. 집권하기 전과 후의 생각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발언 등 642건(83만2,999자)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본보가 분석한 발언을 모두 합치면 927만1,528자에 달한다.

코딩에는 파이썬(Python)을 활용했고, 형태소 분석은 ‘은전한닢’(Mecab-ko)을 썼다. 워드투백 학습시 스킵그램(Skip-Gram) 모델을 적용했고, 한번에 학습할 단어 개수는 8개(window=8), 차원은 300차원(size=300)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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