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틀림없이 우리 곁에 있어왔지만, 정확하게 응시된 적은 없었던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남편의 제삿날에 연락이 없는 자식들에게 서운해 하면서도 손주가 태어나면 구연동화를 읽어주겠다고 다짐한다. 치매에 걸려 손녀를 잊어가면서도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을 아이를 걱정하는 무해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다. 한 때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인생을 하나의 특별한 서사로 만들고 싶었지만 끝내 “낯선 섬에 홀로 표착한 것 같았던” 고독과 외로움에 휩싸이는 개인으로도 묘사된다.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여성 작가 6명(윤성희ㆍ백수린ㆍ강화길ㆍ손보미ㆍ최은미ㆍ손원평)의 시선이 담긴, 할머니에 관한 첫 소설집에서다.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ㆍ백수린ㆍ강화길ㆍ손보미ㆍ최은미ㆍ손원평 지음
다산책방 발행ㆍ240쪽ㆍ1만4,800원
우리 주변에서 할머니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키워내며 관절염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두 번째 육아’에 대한 의무를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이토록 충실한 삶을 살고 있건만 남편이나 사회로부터 동등한 권위와 기회를 부여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할머니는 ‘여자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지 못했던 걸까. 책은 그런 의문 속에서 집필됐다. 황예인 문학평론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과거와의 연결이면서 우리의 미래를 알아차리는 과정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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